[비즈니스포스트] 영풍이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거절 조치를 놓고 고려아연과 소송전에 나섰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대주주로 고려아연 오너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영풍은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지난 2일 그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고 3일 밝혔다.
 
'경영권 갈등' 영풍과 고려아연, 황산 취급 대행 계약 놓고 소송전

▲ 영풍이 고려아여의 황산취급대행계약 거절 조치에 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 장기간 지속돼온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의 갱신을 고려아연이 거절하고 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영풍 측은 전했다.

영풍 그룹의 계열사인 영풍과 고려아연은 모두 아연 제련 업체로, 2000년부터 각각의 아연 제련 공정에서 생산되는 황산의 대부분을 온산항(울산항)을 통해 수출해 왔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해왔다. 이를 '황산 취급 대행'이라 부른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년 넘게 유지해온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기한을 2개월 남겨둔 지난 4월 계약의 갱신을 거절한다고 영풍 측에 통지했다.

국내 수요가 적어 대부분을 수출해야 하는 황산은 동해안에서는 동해항과 온산항에서만 수출 선적이 가능하다. 동해항이 이미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 대행의 거절로 온산항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영풍의 황산 수출길이 막힌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 측에 대체설비 마련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더라도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고 최소한 7년 내외가 소요된다고 설명하며 1년 단위로 갱신돼 온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우선 1년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최대 3개월까지 황산 취급 대행 업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로 시설노후화, 고려아연의 황산 물량 증가 등을 들고 있으나, 어느 하나도 계약을 즉시 중단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고려아연의 태도 변화는 경영권 분쟁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거래거절이 공정거래법에 위반한다고 보고 있고 이를 근거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황산수출대행 계약의 거절을 철회하고 합리적 협의의 장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도 이날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계약 갱신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영풍 측의 사정을 배려해 유예기간 제공을 지속 논의해왔으나 영풍 측은 구체적 근거 없이 7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요구하며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소송까지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영풍은 육상 운송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탱크 터미널을 활용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유로 적극적 검토는 하지 않고, 황산 운송과 저장에 따른 비용과 위험 부담을 고려아연에 지속 떠안기려 한다"며 "영풍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언급하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과거부터 최대주주인 영풍으로부터 부당하게 각종 위험물 처리와 부담을 떠넘겨 받는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