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의로운 전환'에 노동자 참여 요구, "석탄화력발전소 폐쇄해도 노동자 삶은 지켜져야"

▲ 전력연맹을 비롯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단체들이 18일 국회 앞에서 정의로운 전환에서 노동계의 참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어도 그곳에는 폐쇄될 수 없는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 있습니다. 노동자들과 그들 가족의 삶은 마땅히 지켜져야 합니다.”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는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력연맹을 비롯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단체들은 1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박해철, 박홍배, 이용우 의원 등 국회의원들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가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력연맹이 제기한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각하한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노동계 참여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지역, 노동자,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고 사회가 부담을 분담하는 등 정책 방향을 뜻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은 물론 국내법인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도 명시돼 있다.

전력연맹은 정의로운 전환에 따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노동계 참여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다만 법원은 13일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 전력 노동자들에 구체적 피해를 주지 않는 거시적 정책 방향으로 처분성이 없기에 공법상 원고, 피고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최 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을 놓고 “최상위 법정계획인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는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58기 가운데 28기 폐쇄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에 따라 조만간 문을 닫게 될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에 묻겠다”며 “노동자들이 이 이상의 어떤 구체적 피해를 입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현장] '정의로운 전환'에 노동자 참여 요구, "석탄화력발전소 폐쇄해도 노동자 삶은 지켜져야"

▲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18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노동계 참여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민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상위부원장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피해를 놓고 “석탄화력발전소 30기가 사라지면 발전공기업과 협력사, 자회사 노동자 5천여 명이 일자리도 사라진다”며 “특히 우리 연맹의 회원조합인 한전산업개발과 발전공기업의 자회사는 거의 모든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구성에서 노동자의 참여 배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놨다.

김주영 의원은 “2022년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민간위원이 대폭 축소됐고 유일하게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던 한국노총마저 제외되면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완전히 배제됐다”며 “이해당사자가 빠진 합의는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곧 전환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입게 될 피해와 고통을 정부가 방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며 “저와 민주당은 모든 전환의 과정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노동자의 권리는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청년층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활동하다 전화 한 통으로 해촉당하는 등 청년 의견 수렴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청년들의 의견 수렴은 간담회 한 번으로 퉁치려 했다”며 “그마저도 평일로 시간을 잡는 등 직장을 다니는 30대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전력연맹은 정의로운 전환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맡은 하주희 변호사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국민의 민주적 참여를 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고 이런 의무 위반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적으로 그 위법성을 확인하는 길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사법적 확인을 받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