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게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선 비개발자 1인이 개발한 게임이 큰 인기를 끄는 등 일반인도 AI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바야흐로 '메이드 바이 AI' 게임 시대가 막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비개발자도 AI로 게임 만드는 시대, ‘메이드 바이 AI’ 게임 쏟아진다

▲ 최근 게임업계에선 개발과 서비스 모든 과정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며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크래프톤 ‘가상 친구(버추얼 프렌드)’ 관련 공식 영상 갈무리. <크래프톤>


18일 게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게임 업계에서 정식 게임 서비스 출시 전에 서버 부하 사전 테스트 등 기능적 용도로만 주로 사용됐던 AI가 이제 게임 제작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틀 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 산하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렐루게임즈는 AI를 통해 개발한 게임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 5월23일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을 비롯해 같은 달 28일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데모 버전을 각각 스팀에 출시한 것이다.

크래프톤은 '딥러닝 본부'를 따로 두고 AI 활용 제작 기술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회사는 게임 내 ‘가상 친구'(버추얼 파티원)’를 구현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 내 가상 파티원은 실제 인간 친구처럼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 동료다. 기존 게임에 있던 ‘펫’처럼 아이템을 가져오는 등 단순 행동만 되풀이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친구처럼 이용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게임에서 협력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회사 개발 목표다.

게임 내 가상 친구가 구현되면 한 명의 이용자가 게임에 들어가도 가상 친구들과 협동 콘텐츠를 즐기거나, 어려운 난도에 함께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인월드AI는 AI 게임 캐릭터 생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게임 세계관과 기본 정보 등을 입력하기만 하면 게임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AI로 자동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주요 사업 모델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2년 7월 투자기관들이 평가한 이 기업의 가치는 1억7300만 달러로 1년 사이 약 3배 올랐다. 
 
비개발자도 AI로 게임 만드는 시대, ‘메이드 바이 AI’ 게임 쏟아진다

▲ AI를 활용해 개발자가 아닌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할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은 비개발자 1인이 AI를 활용해 만든 게임으로 화제가 된 ‘매너 로드’ 공식 스팀 판매 페이지 갈무리. <스팀>


해외 게임 업계에서도 AI 기술 접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이 생성 AI로 제작한 게임 유통을 허락한 지 약 석 달 만에 AI로 제작한 게임이 1천 개 이상 올라와 있다. 

최근 스팀에서 인기를 얻은 전략시뮬레이션게임 ‘매너 로드’는 비개발자 단 한 명이 AI로 만든 게임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게임은 지난 4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스팀 전체 게임 중 매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폴란드 영상 편집 프리랜서 출신의 그랙 스텍젠은 독학으로 게임 개발을 공부하고 AI 도움을 받아 ‘매너 로드’를 완성했다. 여기에 AI 딥러닝으로 낮은 사양의 컴퓨터에서도 고품질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딥러닝 슈퍼샘플링'(DLSS) 기술을 지원했다.
 
AI로 일반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제작할 방법도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나 창작자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 서비스를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라고 부른다. UGC 구축을 위해 이용자가 게임 안에서 콘텐츠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제작 도구를 제공하고, 그들이 생산한 게임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준비돼야 한다.

해외 게임 관련 기업 로블록스는 지난 3월19일 AI를 기반으로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아바타 자동 설정’과 ‘텍스처 생성기’를 발표했다. 이 기능으로 코딩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로블록스를 사용하는 누구나 쉽게 3D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앞으로 게임 마케팅도 AI를 통해 모객부터 서비스 안착까지 효율적으로 비용을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게임 마케팅은 큰 비용을 집행해 대량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들 가운데 게임을 계속하는 일부 이용자로부터 매출을 끌어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AI를 활용하면 이용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광고를 보여주고 게임으로 유도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이용자 게임 취향이나 플레이 형태에 맞는 콘텐츠를 게임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혜련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24 콘텐츠 산업포럼’에서 “AI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로 게임에 관심이 있을 만한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하게 해, 그들의 취향에 맞춘 게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실하게 이용자를 확보한다면 지금까지 비용 대비 수익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 판단된 작은 수요로도 게임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개발자도 AI로 게임 만드는 시대, ‘메이드 바이 AI’ 게임 쏟아진다

▲ 생성형 AI 도입이 앞으로 생산성 향상 등 게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유니티 AI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유니티>

 
베인앤컴퍼니가 2023년 9월 게임업계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다수가 5~10년 안에 전체 게임의 50% 가량이 생성형 AI에 기반을 두고 개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크 휘튼 유니티 수석 부사장은 “생성형 AI가 게임산업의 생산성을 최대 100배 가까이 높이며, 이용자가 더 게임에 몰입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티는 게임 엔진 개발사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게임 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생성형 AI 도입으로 게임 제작비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2023년 10월17일 ‘게임 산업 분석 리포트’에서 “게임 제작비 비중은 대략적으로 아트 부문 40%, 프로그래밍 부문 40%, 기획 부문 20%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생성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아트와 프로그래밍 부문 비용이 낮아져 전체 제작비 부담이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