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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화장품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여전히 분리배출이 어려운 용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부터 시작해 인디브랜드의 화장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책임지고 있는 화장품 제조개발생산기업 한국콜마 등이 화장품 용기를 완전히 친환경화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4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 회사들과 제조개발생산 회사들 모두 친환경 정책을 대비하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친환경 제품으로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맏형인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기준으로 샴푸와 바디워시 등의 ‘데일리뷰티’ 제품 용기에서 재생 플라스틱을 70% 넘게 사용하고 있다. 공병 수거 캠페인 등 소비자들과 함께 환경 캠페인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화장품 용기 분리수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친환경 용기를 도입하기 위해 그린제품 심의협의회까지 꾸렸다. 지속가능한 용기를 구현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위원회를 꾸렸는데 디자인센터와 포장연구, 구매부문, 제품기획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2의 ‘K뷰티’ 바람을 이끌고 있는 화장품 제조개발생산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도 친환경 용기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콜마는 자회사로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연우를 두고 있다. 연우와 함께 재생 소재 용기를 개발할 뿐 아니라 2030년까지 용기에 50%를 친환경 소재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코스맥스도 LG화학, SK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과 재활용 플라스틱을 시작으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화장품 용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 화장품 브랜드사부터 화장품 제조개발생산기업들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화장품 용기를 놓고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화장품 용기들의 재활용율이나 친환경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플라스틱 순환경제] 친환경 서두르는 화장품업계, 친환경 용기 사용 걸림돌은?](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405/20240527140231_103836.jpg)
▲ 화장품업계가 적극적으로 친환경 용기를 개발 적용하면서 빠르게 시작했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나 소비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도입 비중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재생 플라스틱 관련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아모레퍼시픽이 처음 내놓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쿠션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과 거울이 붙어있는 형태로 이를 분리하기가 까다롭다. 입술에 바르는 틴트도 입술에 닿는 부분인 '팁'을 분리해서 배출해야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 쉽지 않다.
친환경 용기를 채택하는 비중도 전체로 따져보면 낮은 수준에 그친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사실 제품 용기 개발 등은 대부분 돼 있지만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까지는 어려움이 있다”며 “재생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용기와 현재 플라스틱 용기 가격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친환경 소재인 재생 플라스틱의 원료인 재생페트 펠릿은 1kg당 1880원에서 2천 원으로 일반 플라스틱 원료인 페트 레진 가격(1450~1550원/kg)과 비교하면 kg당 최소 330원 비싸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화장품 인디브랜드들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데 재생 용기 사용에 따른 마케팅 효과가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장품 용기에 한정해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나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도 화장품 용기의 친환경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규제나 지원이 없다보니 굳이 회사로서는 비싼 용기를 채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페트를 생산하는 업체에 재생원료 3% 이상 사용하는 의무를 부과했지만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에만 규제를 하다보니 최종 소비자격인 화장품회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재생 원료 사용에 따른 지원도 없다.
다른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의 규제 혹은 지원이나 소비자들의 인식 등이 맞물려야 본격적으로 화장품업계도 친환경 용기 사용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