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이어 올레드 덤핑 가능성, 삼성과 LG디스플레이 위협

▲ 중국 BOE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 공장을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BOE 디스플레이 제품 전시장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정부 지원으로 생산을 크게 늘려 저가에 공급하는 전략을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이어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까지 확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BOE가 대규모 공장 증설을 시작하면서 LCD에 이어 중소형 올레드 패널에서도 선두권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떠오른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28일 “BOE가 3년 동안 올레드 패널 생산량을 50% 이상 늘리기로 하며 LCD에 이어 올레드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경쟁사에 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OE는 현재 중국 청두에 630억 위안(약 11조8천억 원)을 들여 최신 8.6세대 올레드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주로 태블릿과 노트북용 디스플레이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8.6세대는 최신 올레드 공정으로 기존 6세대 설비와 비교해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리는 일이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부터 8.6세대 올레드 공장 가동을 가장 먼저 시작할 계획을 두고 있는데 BOE도 비슷한 시기에 양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두고 추격에 나선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이 LCD 시장에서 거둔 성공 사례를 올레드 디스플레이에서도 재현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스마트폰 시장 초기부터 정부 지원에 힘입어 LCD 패널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을 주도했다.

결국 일본 디스플레이업체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모두 LCD 패널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보다 기술적 우위를 갖춘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기술 개발 및 생산 투자를 집중하며 활로를 찾았다.

올레드 패널의 수요처가 애플 아이폰, 태블릿PC 등으로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수익성도 유지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는 성공적으로 중국의 LCD 공세에 따른 타격을 만회했다.

그러나 이제는 BOE와 같은 중국 기업이 올레드 기술력을 따라잡아 비슷한 전략으로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다시금 위기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 제품의 과잉 생산을 유도하며 자국 기업이 저가에 공급을 늘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를 밀어내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BOE의 시설 투자를 계기로 올레드 디스플레이에도 이러한 ‘덤핑’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업체들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더구나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제품의 글로벌 생산공장은 대다수가 중국에 위치하고 있어 관세 등 정책으로 이를 방어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중국 정부가 지금과 같이 강력한 의지를 두고 BOE의 올레드 생산 증설을 추진한다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BOE는 지난해만 중국에서 38억 위안(약 710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연간 순이익인 25억 위안보다 많은 수준이다.

공격적인 시설 투자 및 사업 확장에 따른 손실을 중국 정부가 완전히 보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이어 올레드 덤핑 가능성, 삼성과 LG디스플레이 위협

▲ BOE 디스플레이 공장 그래픽 이미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또는 각국 정부가 중국의 올레드 덤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시장 주도권이 완전히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지난해 BOE의 올레드 시장 점유율은 12%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6%, LG디스플레이는 18%를 각각 차지하며 BOE에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최근 수 년 동안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의 점유율은 낮아지고 BOE는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격차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과 유럽의 규제에 대응해 과잉생산을 통한 물량 공세에 더욱 힘을 싣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BOE의 시설 투자가 더 공격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애플과 같은 올레드 주요 고객사가 올레드 패널 수급처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BOE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업황에 변수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올레드 시장에서 중국에 맞서 한국의 주도권을 지켜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BOE는 과거 LCD 시장에서 공격적 생산 증설로 저가 패널 공급을 늘리며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데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큰 덕을 봤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 육성 및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 회복에 점점 더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BOE가 과잉 생산의 여파에 스스로 타격을 받게 될 수 있고 미국과 같은 주요 국가의 대응 가능성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은 과거 중국 YMTC의 아이폰용 메모리반도체 구매를 논의했지만 미국 정치권의 반발로 이런 계획을 백지화한 사례가 있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만큼 애플이 BOE에서 대규모 올레드 패널 수급을 추진한다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