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경영진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 결과가 기술 경쟁력 약화와 성장 정체로 이어졌다는 일본언론의 비판이 나온다. 삼성전자 수원 본사 사옥 전경.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경영진이 기술 혁신보다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성향이 뚜렷해지며 결국 회사 자체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일본언론의 지적이 나왔다.
15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TSMC와 애플 등 경쟁사에 뒤처지게 된 원인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고위 경영진의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하던 내부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임직원들 사이에서 사업 방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율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임원 측에서는 과거에 검증된 방식을 활용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고위 임원들이 이처럼 ‘안전한 선택’에 기대게 된 이유는 이들의 계약 기간이 1년에 그친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자연히 좋은 성과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라 해도 단기간에 결과물을 증명하기 어렵다면 이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연구원들도 중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러한 조직문화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이는 HBM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플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데 이어 TSMC와 인텔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경쟁 압박을 더하는 등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변화를 추진하려는 동력을 상실한 점이 경쟁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은 강력한 위기감을 바탕에 두고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시도했지만 그가 병상에 오른 2014년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의 4대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제품과 디스플레이의 이익 창출 능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혁신을 뒷전으로 미뤄놓은 결과”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