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 비행기 너무 많이 날아 지쳤나, 기체결함 이어져 안전 '비상'

▲ 최근 저비용항공사에서 기체 결함에 따른 운항차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항공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저비용항공사들의 항공안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올해 국제선 운항확대에 대비해 항공 안전투자를 늘렸지만 잇따른 기체결함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17일 저비용항공사에서 기체 결함에 따른 결항·운항지연 등의 사례가 최근 속출하면서 항공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개월 동안 기체 결함으로 6차례나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다른 항공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긴 매한가지다.

제주항공은 이륙 이후 엔진에서 결함이 발견돼 회항한 것이 4월, 10월, 11월 등 올해만 모두 3차례다.

대한항공에 항공기 정비를 위탁하고 있는 진에어도 7월 타이페이, 8월 삿포로, 9월 오사카 등 기체 결함에 따른 운항지연 소식이 이어졌다.

에어부산은 올해 8월말부터 9월초까지 1주일 사이에만 기체 결함이 3차례나 발견됐다. 각각 운항지연, 결항, 회항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이들 항공사는 올해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안전성 부문 점수로 ‘매우 우수(A)’ 이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무색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저비용항공사 대부분 안전투자를 늘리기는 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 투자 공시에 따르면 주요 저비용항공사 4곳의 2023년 안전투자 계획 규모는 진에어 4774억 원, 제주항공 4020억 원, 에어부산 1910억 원 티웨이항공 1177억 원 등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제주항공은 76.8%, 티웨이항공은 223.3%, 진에어 21.8% 각각 늘어난 것이다.

에어부산이 유일하게 26.6% 줄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정비·수리·개조에 2385억 원, 발동기·부품 등 구매 및 임차에 1482억 원, 정비시설·장비의 구매 및 유지관리에 43억 원을 주로 지출하기로 했다.

다만 사업보고서의 실제 정비비용은 지난해 보다 오히려 줄었다.  

제주항공은 올해들어 3분기까지 누적 정비비로 1118억 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줄어든 것으로 운항 횟수가 66.5%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비투자 계획과 사업보고서 상의 정비비용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며 “지난해보다 정비비 지출이 줄어든 것은 원달러환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은 금액 자체가 비교적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웨이항공의 안전투자 지출계획은 경년항공기 교체(기령 20년 초과 항공기)에 548억 원, 항공기 정비·수리·개조에 469억 원, 교육 훈련 등에 75억 원 등으로 주로 잡혀 있다.

티웨이항공보다 보유기재가 3대 적은 진에어는 올해 3분기 누적 정비비로 571억 원을 썼다. 티웨이항공의 정비 지출 계획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대목이다.

진에어는 경년항공기 교체 1568억 원,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1538억 원, 발동기·부품 등의 구매 및 임차에 33억 원, 항공 종사자 직원의 교육훈련에 46억 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항공수요가 높은 반면 기재 도입은 늦어지고 있다.

이에 저비용항공사 기체 가동시간을 끌어올린만큼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비용항공 비행기 너무 많이 날아 지쳤나, 기체결함 이어져 안전 '비상'

▲ 항공기들이 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3분기 기준 월평균 가동시간은 제주항공 404시간, 진에어 345시간, 티웨이항공 359시간(추정), 에어부산 311시간 등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제주항공은 196시간, 진에어는 148시간, 티웨이항공은 207시간, 에어부산은 126시간씩 각각 늘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가 확산 되는 동안 정비인력의 채용 공백이나 대규모 휴직이 일어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항공정비사는 숙련도가 중요한데 중급정비사만 해도 경력이 5년 이상이 요구된다.

항공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항공사의 정비사는 △제주항공 431명 △티웨이항공 224명 △진에어 187명 △에어부산 184명 등이다. 1년 전보다 제주항공은 34명, 티웨이항공은 61명 각각 줄었고 진에어는 20명, 에어부산은 4명 각각 늘어났다.

항공기는 구조가 복잡해 결함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안전운항을 생각한다면 승객도 정시성보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잦은 기체 결함은 항공사로서도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김연명 한서대학교 항공부총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회항, 결항 등의 각종 조치는 안전을 위한 최우선 조치이다”며 “다만 대형사고 이전에 작은 사고들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이른바 ‘하인리히법칙’을 비춰봤을 때 항공사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