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해외건설 수주 350억 달러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냉기로 가득한 건설업계에 위안거리가 되어 줄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정부 차원의 세일즈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 텃밭인 중동 등에서 성과를 더해가면서 연말까지 수주 1위를 향한 각축전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 350억 달러 수주목표 ‘파란불’, 삼성물산·현대건설 순위 경쟁 치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네옴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해외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에서 네옴시티를 비롯해 다양한 건설·인프라분야 프로젝트 업무협약 등이 이뤄지면서 연말 추가 수주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수주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30일 기준 한국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235억3138만 달러(약 31조95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같은 기간(345억 달러) 뒤 가장 높은 금액이다. 

연간 해외건설 수주 351억 달러를 했던 2020년 같은 기간(185억 달러) 실적과 비교해도 꽤 앞서가는 수치다.

올해도 마지막 4분기 성과에 따라 350억 달러 목표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10월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 현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2단계 공사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 계약금액은 약 23억 달러(약 3조1천억 원)다. 

현대건설은 현재 사우디 아람코의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약 40억 달러), 사파니아 가스전(약 33억 달러) 등 수주를 노리고 있다. 특히 파드힐리 가스전 프로젝트는 이르면 올해 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드힐리 가스전은 수주 후보군에 현대건설 외에도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한국 건설사들이 여럿 포진해 있어 해외건설부문 실적 추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 주요 건설사 기업설명회(Corporate Day) 후기 보고서에서 “3분기 지연됐던 중동 플랜트 입찰서 발급이 재개됐다”며 “사우디 파디힐리와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는 올해 말~내년 초 입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완화된 경쟁강도, 업체들의 확연한 선별수주 의지 등으로 입찰 결과가 빠르게 가시화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올해 6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50억 달러(약 6조4천억 원)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 공사, 7월 1억4500만 달러(약 1969억 원) 초고압직류송전 공사까지 올해 사우디에서 연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손에 넣었다.

현대건설은 9월까지 기준으로는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56억1729만 달러(약 7조4575억 원)로 2위에 있다. 하지만 10월 자푸라 가스전 지분금액에 따라 현재 1위인 삼성물산(57억7968만 달러)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도 올해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데다 사우디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선봉에 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3년 9월30일 기준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57억7968만 달러(약 7조6696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9억547만 달러)보다 17.8% 증가했다. 

회사가 올해 해외건설 신규수주 목표로 세웠던 5조9천억 원은 이미 초과달성했고 올해 3분기까지 해외건설부분에서 업계 전체 수주금액의 24.5%를 책임졌다.

삼성물산은 10월 윤 대통령의 사우디, 카타르 순방에서도 다양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중동시장에서 추가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해외건설 350억 달러 수주목표 ‘파란불’, 삼성물산·현대건설 순위 경쟁 치열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도하의 카타르 왕궁인 '아미리 디완'에서 열린 한-카타르 MOU 서명식에서 카타르 자치행정부 장관과 '국가 공간 정보·건설 개발 분야 등 협력 MOU'에 서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네옴시티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옥사곤에 짓는 모듈러주택 관련 공동사업협약을 맺었다. 옥사곤은 세계 최대 규모 해양 부유식 구조물로 설계되는 네옴의 첨단산업단지다.

옥사곤 관련 모듈러주택 사업규모는 약 45만 달러(약 6조9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에상된다.

삼성물산은 앞서 2022년 현대건설과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공사를 수주해 현재 진행하고 있고 약 10억 달러 규모 네옴 터널공사 스파인A 프로젝트에도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이번에 카타르 경제자유구역청과 태양광사업 등 청정에너지 기술협력 및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협약으로 카타르에서 발주하는 3억 달러 규 모 태양광사업 수주가 기대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포함해 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가운데 8곳이 2022년보다 해외건설 계약금액이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3분기까지 해외건설 계약금액이 28억743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SK에코플랜트는 18억759만 달러를 확보해 2810.7%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2023년 3분기까지 해외 계약금액이 16억8565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68.2% 늘었다. GS건설은 40.4%, 포스코이앤씨는 76.9%, DL이앤씨는 514.5% 급증했다.

다만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주력시장인 중동지역의 불안정한 정세 등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 달성에 불안요소도 많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해외건설 관련 보고서에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중동 발주가 성장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사이 무력 충돌은 해외건설시장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력충돌이 주변국으로 확전되고 장기화하면 유가폭등, 세계경제 침체 등으로 발주환경이 악화될 수 있어 최근 해외건설 수주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를 350억 달러(약 45조 원)으로 정하고 해외수주 지원에 팔방으로 나서고 있다. 2022년 해외건설 수주금액 310억 달러보다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정부는 2027년에는 해외건설 연간 수주 500억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4대 건설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