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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경찰 총격사건이 드러낸 프랑스 인종차별, 조만간 우리 일 될 수도

조광태 jktclc@gmail.com 2023-07-1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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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경찰 총격사건이 드러낸 프랑스 인종차별, 조만간 우리 일 될 수도
▲ 7월9일 프랑스 시민들이 경찰 구금 중 사망한 흑인 남성을 추모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달 초 프랑스 몇몇 도시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의 본질은 프랑스에 내재하는 인종차별의 문제다. 우리와 거리가 먼 얘기다. 사태가 진정되고 시간이 흐르면 곧 우리 기억속에서 사라질 그들의 얘기일 뿐이다.

자유·평등·박애 (liberté·égalité·fraternité)로 흔히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정치적 이념은 그들의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스라이팅이 아니였나 싶을 정도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 대한 태도 하나만으로도 프랑스의 이념과 현실이 서로 얼마나 궤를 달리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외곽의 낭테르(Nanterre)에서 발생한 알제리 출신 청소년 나헬 메르주크(Nahel Merzouk)의 사망사건은 당장 알제리 정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7월2일 알제리의 일간지 엘카바르(elkhabar)는 이번 소요사태를 한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이민자 후손들의 새로운 혁명이라고 규정하면서 사태의 책임이 프랑스 정부에 있음을 언급했다.

아랍인들의 대표 매체격인 알자지라 역시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의 반인륜적 알제르인 학살, 1961년 평화적 시위 중이던 알제르인 100여 명 학살 등 과거 사건들을 되짚으면서 프랑스를 몰아세우고 있다.

프랑스가 제도적인 인종차별을 해왔음을 인정하고 정책, 고용, 교육, 정치 등 각 분야에 만연해 있는 차별적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다섯 달 전인 지난 2월15일, 프랑스의 유력 매체인 르몽드는 프랑스 흑인연합 대표위원회(le Conseil représentatif des associations noires, CRAN)의 여론조사 자료를 인용해 흑인 혹은 흑인혼혈인 중 91%는 자신들을 인종차별의 희생자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프랑스의 인종차별 문제는 프랑스인 자신들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엔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 office)까지 거들고 나서 지난달 30일 프랑스는 뿌리 깊은 정책적 인종차별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 사태는 어디까지나 프랑스 인종차별의 문제이고 프랑스와 알제리 상호간 국민적 감정의 문제일 뿐이다. 그들 사이의 국민감정이 마치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내재된 그것과 유사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관심사가 될 만큼은 아니다.

폭동의 시작은 낭테르였지만 곧 남부의 툴루즈(Toulouse)에서 북부의 릴(Lille)에 이르기까지 전국 주요도시로 퍼져나갔다. 아미앵(Amiens), 안시(Annecy), 보르도(Bordeaux), 디종(Dijon), 그르노블(Grenoble), 리옹(Lyon), 마르세유(Marseille), 낭트(Nantes) 등과 같은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발생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폭동의 진원지가 주로 주요도시의 외곽이었다는 점이다. 파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낭테르에서 시작한 폭동이 오베흐빌리에(Aubervilliers), 끌라마흐(Clamart), 끌리시-쑤-부와(Clichy-sous-Bois), 에손(Essonne), 몽뜨레(Montreuil), 비히-샤띠용(Viry-Châtillon) 등의 외곽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도심은 그 다음의 얘기였다.

프랑스 도시들의 외각은 흔히 반리에(Banlieu)라 불리는 곳이며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최우선 지역(quartiers prioritaires)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들 외각 지역에는 최하위 소득층 인구 5백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데, 대개는 이민 노동자이거나 이민 2세, 3세 혹은 4세의 가구들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층의 약 57%가 가난한 가구에 살고 있다. 프랑스 전체 평균치인 21%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싱크탱크인 앵스티튜 몽타뉴(Institut Montaigne)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의 실업 가능성은 평균치보다 세 배나 높다.

지난 2005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에 쫒기던 아이들이 변전소로 도피하면서 두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3주간에 걸친 폭동이 발생했다. 방화와 약탈이 자행됐다. 당시 사건과 폭동이 발생했던 곳 역시 대표적 반리에 ‘끌리시-쑤-부와’였다. 

이번 프랑스 소요사태의 기저는 경제문제다. 인종차별 혹은 민족감정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촉매제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주 노동자들과 관련된 경제문제가 사태의 본질에 개입되어 있는 한, 우리와 완전히 상관없는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후 프랑스는 이른바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이라 불리는 고성장 시기를 맞았다. 미국의 마샬플랜과 맞물리면서 경제성장이 본격궤도에 오른 1950년부터 1975년까지 노동자 구매력과 민간소비량이 각각 170%, 175% 증가할 만큼 전례없는 성장세를 구가했다.

이 기간 동안 프랑스의 출산율은 다른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장에 따른 노동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경제가 고성장함에 따라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한 기피현상 역시 만연했다. 프랑스는 이 문제를 주로 이전 식민지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노동 이민자들의 유입정책으로 해결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성장에 급제동이 걸린 프랑스가 다음 해인 1974년에는 급기야 노동이민 중단조치를 취하지만, 기존 이주노동자 가족의 유입, 불법 이주 등으로 이주 노동자 수는 여전히 증가했다. 

현재 프랑스 인구는 약 6700만 명 정도인데 그 중 외국인 국적자가 500여만 명, 출생 후 프랑스 국적 취득자가 3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호황과 이에 따른 이주노동자의 급속한 증가, 그 다음 단계인 성장의 정체, 이런 모습들이 우리에게 기시감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22년말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55만7천여명이고 중 44만9천여명이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이다. 최고치이던 2019년의 체류 외국인 수 79만2천여명이 비해 무려 30%나 크게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코로나의 영향이 컸던 탓으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완연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빠른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노동을 대신해 줄 외국인 노동자들의 빠른 유입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좋든 싫든 프랑스의 전철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과의 갈등은, 주로 국내 노동자들과의 엇갈린 이해관계와 맞물리기 쉽다. 앞서간 많은 국가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는 사회 전반적인 극우화의 현상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르 피가로(Le Pigaro)지가 프랑스 여론 연구소(Institut français d'opinion publique, IFOP)에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국민의 57%가 경찰에 대해 신뢰 혹은 동정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반면 32%만이 경찰에 대한 적개심 혹은 우려를 표명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사건 후 지난 2일까지 가해 경찰관을 위한 모금에 약 65만 유로가 모였다. 반면 나헬 가족을 위한 모금액은 9만7천 유로에 그쳤다. 이주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정도를 감지할 수 있다.

이번 일로 가장 커다른 정치적 이득을 얻고 있는 쪽은 극우정당들이다. 국민연합당(Rassemblement National)의 죠단 바르델라(Jordan Bardella) 당대표는 BFM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격사망의 본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법질서를 준수하지 않는데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재건당(Reconquête)의 에릭 젬무르(Eric Zemmour) 당대표 역시 알제리 당국이 알제리계 프랑스인을 여전히 자기 국민으로 생각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일을 알제리계 출신인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데 이용하고 있다.  

동시에 이민자 유입동결 및 기존 이민자 퇴출계획, 이민자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현행 법적 권리의 철회, 프랑스 출생자에 대한 자동적인 국적 부여 폐지, 불규칙 이민자에 대한 무상치료 권리의 회수 등을 주장하고 있다.

IFOP에 따르면 이번 사태와 관련, 프랑스 국민의 39%가 대표적 프랑스 극우 정치인인 르팽(Marine Le Pen)의 태도에 호감을 보인다고 밝혀 마크롱 대통령의 태도에 대한 호감도 33%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갈등은 증폭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에 대한 불평등을 어느 정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1세대 노동이주자들에 비해 프랑스인으로 태어나 프랑스 교육을 받아온 2, 3세대 자녀들은 현실적 불평등을 납득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 폭동의 주 연령층이 19세 안팎의 젊은 층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는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다. 벌써 40년째를 향해 가고 있다. 이들 2세대와 3세대 젊은이들의 수가 본격적으로 누적되기 시작할만한 시점이다.

내국인과의 갈등, 특히 국내 저소득층과의 갈등문제가 불거질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SNS 상에는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을 놓고 내국인과의 역차별을 주장하는 견해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정책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는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종교적으로도 최근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문제를 놓고 인근 주민과의 갈등이 있었고, 급기야 지난 7일에는 국내 10대 4명이 이주노동자를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갈등들이 이미 표출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정책적인 어려움은 있다. 내국인은 이주 노동자들에 비해 역차별의 심리를 느끼기 쉽다. 심리를 부추기는 극우 세력이 등장하면, 사회 전체가 빠르게 극우화할 소지도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기반이던 미국의 북부 공업지대에서 2016년 트럼프가 젊은 백인층의 지지를 받아 당선에 이른 것도, 노동자 계층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회 극우화 현상의 한 단면이랄 수 있다.

반면 이주 노동자들, 특히 그들의 2세·3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불평등에 대해 한층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프랑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공식 공적자금 회계기관인 꾸르 데 꼼트(Cour des comptes)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의 거주지역 환경개선을 위해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프랑스가 도시 외각에 쏟아 부은 금액은 연간 10억 유로에 달하고 있다. 

도서관, 도로정비 등과 같은 기반시설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이들 이주노동자들의 가난과 불안, 무엇보다도 현실적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우리에겐 세심하고도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주 노동자의 유입은 피할 수 없다. 이들이 장차 국내 경제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장래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이들과 얼마만큼의 조화를 이루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프랑스의 이번 사태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우리 역시 차별과 역차별이라는 서로간의 대립적 감정을 최소화하고 서로를 수용할 수 있는 법률, 사회, 경제적인 대안들을 늘상 염두에 두면서 제반 정책들을 펴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오늘 프랑스의 모습을 완전히 남의 일로만 생각한다면 바로 내일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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