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퀘스트3 출격 준비, 애플이 되살리는 '메타버스 유행'에 숟가락 얹는다

▲ 메타가 새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3'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과 경쟁제품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메타 퀘스트를 이용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가상현실(VR) 플랫폼 중심의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는 메타(페이스북)이 신형 가상현실 헤드셋을 통해 강력한 잠재적 경쟁사인 애플에 정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이 과거의 유행에 그친 메타버스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되돌리는 계기가 된다면 메타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블룸버그와 씨넷 등 외신을 종합하면 메타에서 하반기에 출시하는 ‘퀘스트3’이 애플 ‘리얼리티프로’와 직접 경쟁하는 제품으로 조명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고개를 든다.

퀘스트3은 메타가 퀘스트2를 처음 선보인 뒤 약 3년만에 출시하는 보급형 가상현실 헤드셋 신제품이다. 하드웨어 성능과 인터페이스, 착용감 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의 IT전문기자 마크 거먼은 퀘스트3 시제품을 직접 시연해 본 감상을 전하며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에 가장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애플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신제품에 메타의 경쟁작이 충분히 맞설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6월 초 애플이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공개할 혼합현실 헤드셋은 리얼리티프로 브랜드로 판매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가격은 3천 달러(약 396만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헤드셋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 콘텐츠를 모두 구동할 수 있는 고사양 제품으로 8년 가까운 개발기간을 거쳐 공개되는 중요한 신제품으로 꼽힌다.

현재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비롯한 메타버스 시장에서는 메타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메타 퀘스트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관련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퀘스트 시리즈의 판매량 정체로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낮아졌고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성 자체에도 물음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미 메타버스보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 중심으로 넘어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 출시는 이미 메타버스를 철지난 한 때의 유행으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다시 끌어오는 강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아이폰 등 제품으로 전 세계에 미친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혼합현실 헤드셋 신제품도 IT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메타가 퀘스트3을 시장에 선보이는 시기는 애플 제품 출시 시점보다 약 2~3개월 정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로 되돌아오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애플보다 먼저 출시하는 가상현실 헤드셋 신제품의 수요로 이어내겠다는 메타의 공격적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메타 퀘스트3 출격 준비, 애플이 되살리는 '메타버스 유행'에 숟가락 얹는다

▲ 애플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 콘텐츠 예시 이미지.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에서 메타의 하드웨어 점유율은 81%로 압도적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4분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하드웨어 전체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1% 줄어들면서 시장 침체 상황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도 이러한 상황을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가격이 높게 책정돼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퀘스트2의 판매가격이 399달러(약 53만 원)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퀘스트3 역시 충분히 대중화가 가능한 가격대에 출시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메타버스 시장에 관심을 갖거나 흥미를 느끼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결국 구매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메타 퀘스트3의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퀘스트3이 이전작 대비 크게 개선된 부분은 제품을 착용한 상태에서의 편의성이라고 전했다.

퀘스트2는 헤드셋을 쓴 채로 외부 환경을 확인할 때 화질이 낮은 흑백 카메라로 찍은 화면을 보거나 머리에 쓴 기기를 아예 벗어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퀘스트3은 헤드셋을 머리에 쓴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편의성이 개선됐다. 가상현실 기기의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꼽히던 편의성 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이 고가 제품 수요를, 메타의 퀘스트3이 보급형 기기 수요를 흡수하며 앞으로 두 기업 모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결국 두 기업의 메타버스 주도권 경쟁에 핵심은 헤드셋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이러한 기기에서 구동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