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전기차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놓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애플의 기존 주력사업과 분야가 다르고 경쟁이 치열해 전기차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새로운 전략과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로 혁신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팀 쿡의 애플 전기차 개발은 과연 도박인가  
▲ 팀 쿡 애플 CEO.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스티브 잡스 전 CEO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밥 맨스필드가 전기차 개발팀으로 이동했다”며 “애플의 맥북과 아이맥,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하던 주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맨스필드가 애플의 전기차 개발담당자들에 사업현황을 보고받으며 애플의 가장 핵심적인 신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애플의 전기차 관련 기술개발을 놓고 “지켜지지 않는 비밀”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애플의 자동차사업 진출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애플은 별도 연구시설에서 전기차 개발인력 수백명을 확보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며 사업 가능성을 찾고 있다. 완성차 형태로 출시할지, 완성차업체에 제공하는 솔루션 형태로 내놓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전기차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핵심인력이 퇴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전기차 출시 목표를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맨스필드의 이동을 놓고 애플이 전기차사업에서 다시 확고한 리더십 체계를 갖추며 쇄신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맨스필드는 그동안 애플의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으로 프로젝트에 힘을 실을 것”이라며 “전기차를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포천에 따르면 애플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니 아이브는 최근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디자인과 브랜드가치를 앞세워 성공한 아이폰의 전략을 재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포천은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PC 등 애플이 전문성을 보유한 사업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며 “안전성과 자동차 구동기술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주력사업인 아이폰 판매량이 성장둔화를 겪으며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기존 신사업으로 꼽히는 콘텐츠와 애플워치 등이 기여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포천은 애플이 콘텐츠사업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보여주거나 아이폰의 경쟁력을 시장에서 다시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적이 장기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 IT기업들도 이런 시장상황에 대응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차세대 콘텐츠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성장동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이런 신사업에 대응이 늦고 전기차에 연구개발을 ‘올인’한 상황이라 애플 전기차의 출시와 흥행여부가 팀 쿡 CEO의 커다란 도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팀 쿡의 애플 전기차 개발은 과연 도박인가  
▲ 구글이 개발중인 자율주행 전기차.
세계 완성차기업들은 이미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력을 활용해 저마다 전기차를 내놓고 시장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애플 전기차의 윤곽이 잡힐 때쯤이면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제퍼슨 왕 IBB컨설팅 연구원은 “애플은 신사업에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보다 플랫폼을 먼저 확보해 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기차와 가상현실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애플이 인공지능기술 개발에 꾸준히 노력하고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에서도 아이폰과 같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3년간 50억 달러 정도로 세계 상위 14개 자동차업체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며 “전기차시장에서 혁신을 일으킬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