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가 주요 국가의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완성차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비중이 낮아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순수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보조금 축소, 현대차그룹 글로벌 전기차 확대 호재

▲ 글로벌 플로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비중이 낮아 주요 국가인 유럽과 미국 전기차 판매 확대에 유리한 입지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여부 등 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배터리 및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분석을 보면 2022년 1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2021년보다 61.3% 증가한 1083만 대의 전기차(배터리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등록됐다. 

그 가운데 중국 BYD가 187만 대를 팔아 테슬라를 누르고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2위에는 테슬라(131만 대), 3위에는 상하이자동차(SAIC, 97만8천 대)가 이름을 올렸다.

4위 폴크스바겐(81만5천 대), 5위 중국 지리자동차(64만6천 대), 6위 현대차·기아(51만 대), 7위 스텔란티스(49만9천 대)가 뒤를 이었다.

다만 SNE리서치의 조사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포함된 통계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차에서 전기모터 출력과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외부로부터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춘 차를 뜻한다. 

2021년 1월1일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보조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현대차그룹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해외 시장 물량에만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구분한 글로벌 전기차 조사업체 EV볼륨즈 통계를 보면 순수 전기차 판매에서는 테슬라가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 BYD, 3위 폭스바겐그룹, 4위 SAIC, 5위 현대차그룹이 뒤를 이었다.

아직 자국 내수중심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중국업체를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은 두 통계에서 모두 테슬라와 폭스바겐에 이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이 낮고 전기차 라인업이 다양한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전기차 판매에 더욱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합산 판매량 가운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비중은 27%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EV볼륨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관련 인센티브(보조금) 삭감과 배터리 전기차 판매 모델의 다양화로 판매 역풍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를 제외한 기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 가운데 2022년 기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합산 판매량 가운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비중은 약 25%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폴크스바겐그룹은 30% 이상, 스텔란티스는 약 45%로 조사됐다. BMW와 벤츠, 볼보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비중 역시 절반 가량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전기차(BEV)는 2021년보다 29% 증가한 156만 대가 판매되며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2021년 104만 대에서 102만 대로 판매량이 뒷걸음쳤다. 2019년부터 유럽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거의 비슷한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2022년 처음 감소세를 보이며 전기차와 판매량 격차가 1년 만에 약 17만 대에서 약 54만 대로 벌어졌다.

유럽에서 이런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 지원하던 구매 보조금을 축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플러그하이브리드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때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 요건을 40km에서 60km로 강화하고 올해부터 보조금 지급을 조기 종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전기차와 동일하게 지급하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구매 보조금을 2021년 7월 절반으로 축소한 데 이어 지난해 1월부터는 아예 없앴다.

전기차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2020년과 2021년 54대 46의 구도를 보였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이 올해 80대20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도 전기차와 플러그하이브리드차 판매량 격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기차(BEV)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부터 전기차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보여 판매량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모두 80만7180대에 이른다.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3.2%에서 5.8%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가격 하락과 전기차업체들의 판매 경쟁으로 인해 올해 전기차 가격이 휘발유차 가격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남미 광산 개발에 따른 공급 안정화에 힘입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 최고치보다 20%가량 떨어진 데다 미국에 건설된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배터리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지난해부터 오하이오주 제1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테네시주 제 2공장도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또 테슬라가 최근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에서 판매가격을 모델별로 최대 20%까지 인하하자 포드도 미국 최대 판매 전기차인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8%까지 낮추면서 전기차업체 사이 가격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전기차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고 전기차 중심 친환경차 판매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봄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을 유럽시장에 내놓는다. 아이오닉6는 지난해 11월 유럽 주요국가에서 진행된 사전예약 초도 물량 2500대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매진된 바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인 코나EV 완전변경 모델도 올해 유럽 판매에 들어간다.

기아는 첫 대형SUV 전기차 EV9을 유럽에 출시해 전기차 브랜드 위상 강화를 노린다.

윤태식 현대차 IR팀 팀장은 최근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아이오닉6 판매 본격화, 신형 코나EV 출시를 통해 2022년보다 유럽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을 20%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도 올해 3가지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아이오닉6을, 하반기 신형 코나EV를 내놓고 올해 미국에서 2022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7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기아는 대형SUV 수요가 강한 미국에서 하반기 출시하는 EV9로 전기차 판매 확대를 노린다.

기아는 2021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2021 LA오토쇼'에서 EV9의 콘셉트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미국에서 SUV와 픽업트럭을 뜻하는 라이트 트럭 비중이 70%를 넘나든다. 그런 만큼 기아는 EV9을 앞세워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미국 대형 전기SUV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올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25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지난해 16만 대였던 전기차 판매량을 56% 이상 늘릴 계획을 세웠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