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국진출 전략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미국시장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에 지난해 4월 다시 진출했지만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 중국 시장 세 번째 도전도 고전 중, 장재훈 대책 마련 고심

장재훈 제네시스 대표이사 사장.


30일 자동차업계와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제네시스로 중국 고급차시장에 3번째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지난 1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망 등을 보면 자동차책임보험 신규가입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올해 1분기 제네시스 판매량은 단 298대에 그쳤다. 올해 들어 월평균 100대도 팔지 못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제네시스가 1만1723대 팔린 것과 비교하면 40배가량 차이가 난다.

제네시스가 미국에 진출한 지는 올해로 6년째다. 미국 현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중국 자동차시장 규모에 비춰보면 제네시스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참담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2022년 1분기 중국 자동차시장 규모는 600만5343대로 1년 전보다 규모가 6.2% 증가했다. 세계 3대 자동차시장(미국, 중국, 유럽)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 규모가 커졌다.

2021년 판매분까지 포함해도 중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전체 판매량은 모두 665대에 그쳤다. 지난 1년 동안 1천 대도 팔지 못한 셈이다.

현대차는 2008년 처음 제네시스 전신인 로헨스를 앞세워 중국 고급차시장에 진출한 뒤 2015년 제네시스로 다시 중국을 두드렸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2017년 철수했다.

장 사장은 미국시장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2021년 4월 중국에 세 번째로 제네시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판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사장이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온 만큼 제네시스의 판매 부진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현대차는 중국 상하이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중국 현지 주요 인사들과 미디어를 대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 행사를 열고 중국 고급차시장을 겨냥해 제네시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제네시스 중국 시장 세 번째 도전도 고전 중, 장재훈 대책 마련 고심

▲ 현대차가 2021년 4월2일 상하이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었다. <현대자동차>



이 행사에서 모두 3500여 대의 드론을 상하이 황푸강 상공에 띄우면서 브랜드 로고 및 차량, 디자인 방향성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장 사장은 당시 인사말을 통해 “제네시스의 담대한 여정이 새롭게 시작되는 날”이라며 “차별화한 가치를 원하는 중국 고객에게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판매와 브랜드 체험을 할 수 있는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네시스 스튜디오는 판매뿐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도 함께 알리는 곳으로 중국에서 상하이와 청두 등 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뉴욕 맨하튼에 이와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제네시스 하우스 단 1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장 사장이 얼마나 공을 들이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는 중국시장에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네시스의 이런 판매부진을 놓고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뒤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포함한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기조가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부터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꺾인 이후 현재까지 판매량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2016년 179만 대에서 2021년 47만7282대로 5년 만에 3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중국에서 1~2년 안에 바로 성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며 “중국 자동차시장이 다른 주요 시장과 달리 단순히 모델 확대로 극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닌 만큼 현대차도 신중히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