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사 수 AMD CEO.
CPU와 GPU시장에서 모두 2인자의 한계를 넘지 못하던 AMD가 리사 수 CEO의 과감한 결단으로 서버용 반도체시장 ‘절대강자’에 등극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브스는 현지시각으로 14일 “리사 수 CEO와 자일링스 인수에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며 AMD가 미래에 큰 기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AMD와 자일링스가 모두 우수한 지식재산과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서로 다른 분야에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서버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AMD는 490억 달러(약 59조 원)에 자일링스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AMD는 PC와 서버에 사용되는 CPU 및 그래픽반도체와 게임기용 GPU(그래픽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모바일 GPU시장에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일링스는 반도체 자체에서 미리 설계된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FPGA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 서버는 물론 인공지능과 영상 처리, 통신 등 분야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다.
AMD는 CPU시장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인 인텔, GPU시장에서 상위업체인 엔비디아를 경쟁자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모두 2인자 자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버시장이 인공지능 서버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기술 특성상 일반 연산에는 CPU, 인공지능 연산에는 GPU의 설계구조가 유리한데 AMD는 유일하게 두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 모두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다.
더구나 자일링스 인수로 인텔의 서버시장 공략에 주요 무기로 꼽혔던 FPGA 반도체 역량마저 확보하며 서버용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사업구조를 갖춰내게 됐다.

▲ 자일링스의 FPGA 반도체 이미지.
포브스는 “AMD는 인텔이나 엔비디아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미래 서버시장에서는 AMD와 자일링스의 기술을 합쳐 내놓을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사 수 CEO는 반도체업계에 드문 여성 CEO로 ‘실리콘 천장’을 깼다는 수식어가 종종 따라붙는다.
반도체 주요 원재료인 실리콘을 ‘유리 천장’에 대입해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사회적 한계를 넘은 여성 CEO이자 반도체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함축적으로 전하는 표현이다.
그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와 IBM 등 반도체 관련기업을 거쳐 2012년 AMD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AMD는 2012년에 지난 2년 동안의 순이익 총합에 해당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체 인원의 15%를 감축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리사 수 CEO는 2년 만인 2014년부터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손실을 최소화하는 임무를 맡게 됐는데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AMD의 조직문화를 바꿔내는 일이었다.
임직원 개개인과 활발히 소통하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만 의사결정과 업무 진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그는 현재도 사무실을 항상 임직원에 개방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임직원들이 누구나 자신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대부분 답장을 해준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AMD는 이런 조직문화 전환과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 투자 강화를 통해 점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최근 수년째 이어진 급격한 GPU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을 이뤄냈다.
2012년 54억2200만 달러 수준이던 AMD 연매출은 2019년 67억3100만 달러, 2020년 97억63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1~3분기 매출 총합만 116억800만 달러로 뛰었다.
주가도 최근 5년 동안 770%에 이르는 상승폭을 나타냈는데 경쟁사인 인텔의 같은 기간 주가 상승폭이 30% 수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리사 수 CEO가 이런 성과에 자신감을 얻고 490억 달러 규모 자일링스 인수에 과감히 투자해 서버용 반도체시장에서 더 큰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최근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자일링스 인수는 매우 합리적 거래라고 생각한다”며 “두 회사가 합쳐진 데 기술적 측면과 소비자 측면,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면이 많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리사 수 CEO의 지난 10년 동안 행보를 본다면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AMD에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