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티의 도박, IBM의 B2B사업 확대에 총력전  
▲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가 다시 한 번 IBM의 기업간거래(B2B)사업에서 혁신을 이뤄내려고 한다.

로메티는 IBM의 계속된 실적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IBM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IBM은 지난해 말까지 11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IBM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 2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기간보다 12% 줄어든 수치다.

IBM은 하드웨어사업에서 고전한 데다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구매도 줄고 있는 추세다.

IBM은 지난해 4분기 기업용 서버와 스토리지 등을 판매하는 시스템&테크놀로지 분야에서 매출 24억 달러를 올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나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로메티가 받는 압력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로메티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메티는 IBM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려고 한다.

로메티는 지난 2월 클라우드를 포함해 빅데이터 분석, 모바일, 소셜, 보안 소프트웨어 등을 5대 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로메티는 여기에 지난달 31일 클라우드사업까지 먹거리로 추가했다. 모두 기업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한 사업들이다.

로메티는 지난 2월 연례회의에서 “실적을 깎아먹는 사업부문은 정리하는 쪽으로 변화를 줬다”며 “5대 전략사업을 통해 2018년까지 전체 매출을 400억 달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로메티,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사업에 대거 투자

로메티는 사물인터넷사업에 앞으로 4년 동안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로메티는 사물인터넷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 자동차 등이 생산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에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IBM은 최근 날씨정보 제공회사인 웨더컴퍼니와 손잡고 비행기나 스마트폰, 빌딩, 자동차 등에 달린 센서를 통해 날씨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뒤 기업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밥 피치아노 IBM 수석 부사장은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IBM은 또 클라우드 플랫폼인 ‘블루믹스’로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고 있다.

로메티는 올해 5대 전략사업에도 모두 4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마틴 슈뢰터 IB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올해는 클라우드, 이동통신, 보안 등에 초점을 두고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로메티는 5대 전략사업 가운데 클라우드분야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IBM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15개국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만 12억 달러를 투자한다.

  로메티의 도박, IBM의 B2B사업 확대에 총력전  
▲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IBM은 지난달 18일 트위터와 협력해 트위터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고객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IBM은 이 서비스 시작과 함께 10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모바일 솔루션분야에서도 애플, 블랙베리, 삼성전자 등과 폭넓은 협력을 통해 모바일 보안, 기업용 솔루션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IT전문매체 애플 인사이더는 IBM과 애플이 올해 안에 태블릿인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100개를 출시할 것이라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애플기기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솔루션인 ‘IBM 모바일 퍼스트 for iOS’도 선보였다.

IBM은 또 지난달 17일 세계 최대 기업간거래(B2B) 전시회 ‘세빗’에서 공개된 블랙베리의 기업용 태블릿 ‘시큐태블릿’에 ‘사일로’ 기술을 제공했다. 사일로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앱을 사용할 때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로메티는 그동안 IBM의 근간이 되었던 하드웨어사업의 몸집을 계속 줄이고 있다.

IBM은 지난해 저가 서버사업을 레노버에 매각했다. 반도체사업도 지난해 10월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에 넘기기로 했다. IBM은 반도체사업에서 매년 10억 달러가 넘는 만성적자를 기록해 15억 달러 규모의 웃돈까지 얹어줬다.

◆ 로메티, IBM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증권 전문가들은 IBM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두 번째 변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러나 이른 시일 안에 로메티가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M이 클라우드사업과 데이터 분석 등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호재로 보인다.

IBM은 지난해 클라우드 분야의 매출이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60%나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분석 부문 매출도 7% 늘어난 17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로메티가 내세운 5대 전략 사업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27%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사물인터넷이나 클라우드 분야는 이미 아마존, MS, SAP, 시스코, 오라클 등 수많은 업체들이 뛰어든 상태다. 따라서 IBM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BM은 기존사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분야를 육성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로메티가 5대 전략사업에서 400억 달러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도 지나치게 야심찬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도 “로메티가 신사업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IBM을 성장세로 돌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 IBM, 어떻게 첫 번째 변신에 성공했나

IBM은 이미 변신에 성공한 적이 있다. IBM은 원래 컴퓨터 제조업체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IBM은 1964년 세계 최초의 메인프레임 컴퓨터 ‘모델360’ 개발에 성공한 뒤 슈퍼컴퓨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대기업이나 은행, 대학, 연구소 등에 쓰이는 대형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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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거스너 전 IBM CEO
IBM은 이후 PC시장까지 석권하면서 독주를 이어갔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 중국의 저가 PC제품에 밀리면서 휘청거렸다. IBM은 3년 동안 누적적자가 150억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이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루이스 거스너 전 IBM CEO다.

거스너는 회장에 취임한 뒤 바로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고객사를 돌며 '죽어가는 게으른 코끼리' IBM의 문제점을 들을 정도로 개혁에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향후 하드웨어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스너는 1993년에서 2002년까지 IBM의 CEO로 일하면서 IBM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으로 바꿨다.

IBM은 거스너 회장 이후에도 2004년 중국의 레노버에 PC사업부를 넘기는 등 하드웨어사업을 축소했다.

거스너는 대신 빈자리를 소프트웨어와 기업 컨설팅으로 채워나갔다. IBM은 현재 전체 매출에서 솔루션 서비스사업의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