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평 사장이 새해부터 LG전자의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를 글로벌시장에 알리는 데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LG전자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와 소프트웨어센터장을 겸직하면서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박일평, LG전자 인공지능기업 변신의 선봉에 서다

▲ 박일평 LG전자 CTO 겸 소프트웨어센터장 사장.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인공지능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을 30년 넘게 만들어 온 만큼 제조회사 이미지가 짙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물결로 제조업과 인공지능의 결합이 불가피해지면서 소프트웨어 역량에 미래가 달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 ‘CES 2018’에서도 LG전자는 씽큐에 중점을 둔다.

먼저 박일평 사장이 CES 개막 하루 전 'LG 프레스콘퍼런스'를 열고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인공지능 전략을 소개하기로 했다. 

CES에 ‘씽큐존’도 별도로 설치되는데 LG전자 전체 부스 면적에서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씽큐 스위트(ThinQ Suite)'를 통해서는 집 내부에서 LG전자 인공지능 제품들과 함께 하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연출한다. LG전자가 기존에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별로 조성했던 전시존은 씽큐존 조성을 위해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인공지능에 걸고 있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선봉에 선 박 사장의 역할도 마찬가지로 막중하다. 

박 사장은 LG전자에서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직속으로 두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그를 소프트웨어센터장으로 영입하면서 기존의 ‘인텔리전스연구소를’ 두 조직으로 나눠 확대 개편하고 박 사장에게 전권을 줬다.

지난해 11월 말 임원인사에서도 사장 승진과 동시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됐다. 영입된지 불과 1년 만이다 보니 향후 박 사장의 입지를 두고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이 LG전자에 합류하기 전 삼성전자와 하만을 거쳤다는 점에서도 그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순혈주의가 강한 LG그룹에서 외부인사, 그것도 경쟁사 출신이 이런 고속승진을 한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박 사장을 통해 인공지능과 로봇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일평, LG전자 인공지능기업 변신의 선봉에 서다

▲ ‘CES 2018’에 조성되는 '씽큐 스위트(ThinQ Suite)'.


LG전자는 앞으로 ‘LG 트롬 씽큐 세탁기’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모든 제품 이름에 '씽큐'를 붙여 인공지능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더 공고히 새겨넣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지난해 12월 말부터는 씽큐를 알리기위해 TV광고까지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인공지능 브랜드 차체를 광고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최근 박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인공지능연구소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딥씽큐 1.0'를 사내 모든 조직에 배포하기도 했다.

딥씽큐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화한 것으로 LG전자 개발자라면 누구나 이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박 사장은 "딥씽큐는 인공지능 가전제품과 상업용 로봇 등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화했다"며 "딥씽큐를 통해 LG전자만의 차별화된 인공지능 제품,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최대의 테크 콘퍼런스인 ‘스마트클라우드쇼 2017’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산업과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소프트웨어’와 ‘커넥티비티(연결)’ 기술이 있다”며  “집에서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공간이 연결되고 세상 모든 것이 지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삼성전자에서 6년간 인공지능과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다  2012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으로 자리를 옮겨 CTO를 역임했다.

하만 CTO로 근무하던 4년 동안 하만은 특허가 4천 건에서 6천 건으로 50% 증가하며 급성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