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백조로 탈바꿈한 동부하이텍 비상을 준비하다  
▲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이 동부하이텍을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바꿔냈다.

최 사장은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4차산업혁명에 힙입어 동부하이텍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 실적 상승세, 4차산업혁명으로 잇는다

19일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동부하이텍은 올해 영업이익 2100~2200억 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 1724억 원보다 20% 이상 많아 역대 최대규모다.

동부하이텍은 시스템반도체를 설계전문회사(팹리스)의 설계도에 따라 생산하는 파운드리회사인데 최 시장은 올해 파운드리시장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 사장은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사업들의 성장세가 폭발적인 데다 시스템반도체가 폭넓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는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미래의 성장을 준비하는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로 나타난 신기술과 신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지난해에 공장설비를 증설해 실리콘웨이퍼 처리량을 매달 12만 장 규모로 늘리고 가동률도 90% 수준으로 끌어올려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반도체 수요증가에 대비했다. 실리콘웨이퍼는 얇은 규소판으로 반도체 집적회로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센서, 지문인식센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4차산업혁명과 연관된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공정을 개발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은 마이크로미터나 밀리미터 크기의 초소형 정밀기계를 만드는 데 쓰이는 반도체 공정기술로 센서에 적용해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 폭넓게 쓸 수 있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지문인식센서는 지난해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미세전자기계시스템센서와 유기발광다이오드 등도 양산할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전부터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왔던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 30년 경험 살려 동부하이텍 회생 이끌어

최 사장은 동부그룹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경력을 쌓은 뒤 동부하이텍으로 돌아왔다.

1981년 동부산업(현 동부메탈) 기술개발실에 들어왔다가 1983년 삼성전자로 이직했다. 그 뒤 시스템LSI 제조센터장과 파운드리센터장 등 반도체분야에서 3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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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하이텍 부천공장.
특히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는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보여준 시스템반도체 열정을 보고 2012년 3월 동부하이텍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13년 한 포럼에서 “김 회장은 시스템반도체가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의지에 따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쌓은 수율관리 노하우를 동부하이텍에 이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생산량을 50%, 제품 개발속도를 150%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자 현장인력들과 직접 소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동부하이텍이 본사를 서울에서 부천의 반도체공장으로 과감히 옮겼다. 고객회사가 요구한 사항을 생산현장에 곧바로 반영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국내 팹리스회사들에 제공하는 반도체 설계지원 데이터베이스를 확대해 고객층을 넓히는 데도 주력했다. 대만 일본 중국 미국 등의 대형 팹리스회사들도 직접 찾아 다녔다.

취임하자마자 기술개발에 매진해 주력 수익원인 전력관리반도체(PMIC)의 크기를 40% 이상 줄이기도 했다. 전력관리반도체는 다른 반도체의 전압과 화면 등을 복합적으로 제어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에 주로 쓰인다.

또 스마트폰에 쓰이는 오디오 코덱반도체, LED 구동칩, 보안용 이미지센서 등과 고화질(UHD)TV 전용 디스플레이구동반도체(DDI) 등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양산을 이끌어냈다.

이런 노력 끝에 동부하이텍은 적자행진을 끝내고 2014년 흑자로 전환했다. 그 뒤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률 22%를 넘어서 알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중소 팹리스회사들을 대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중심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체계를 구축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며 “기술개발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해외 고객회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