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으로 한국 증시 조정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가 상승과 메모리반도체 투자심리 악화가 겹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3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증시 변동성 확대가 투자자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예상되는 데다 고유가로 주요 상장사의 실적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근거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31일 “한국 증시는 한동안 투자자들에 유행처럼 주목받아 왔다”며 “그러나 이란 전쟁이 한국 주식 투자를 나쁜 선택으로 바꿔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증시는 이란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식시장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며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을 빚기 시작하자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3월 들어 코스피 지수 하락폭은 약 17%로 92개 글로벌 주요 증시지표 가운데 가장 컸다.
해당 기간에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390억 달러(약 1229조 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지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시장 전망이 점차 악화하기 시작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메모리반도체 사용량을 줄일 잠재력이 있는 구글의 ‘터보퀀트’ 인공지능(AI) 기술 발표와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 가능성이 모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계 투자자 비중이 2022년 이래 최저수준까지 낮아졌다는 분석을 전했다.
▲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커지며 장기간 고유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조선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한 가지 악재를 방어할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견디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코스피 지수 변동성 확대 자체가 투자자 이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급격한 지수 하락이나 상승을 막기 위한 서킷브레이커 및 사이드카가 올해 들어서 여러 차례 발동되면서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윌슨에셋매니지먼트는 최근 몇 주 동안 이어진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증시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블룸버그 자체 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도 한국 증시에 다소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아직 이란 전쟁의 영향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한국 증시가 앞으로도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 주요 상장사의 수익성에 타격이 커질 수 있다”며 “아직 전쟁의 타격은 증시에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중동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결국 블룸버그는 에너지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힐 때까지 한국 증시와 다소 거리를 두는 일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기관 리드캐피털파트너스는 “이란 전쟁이 앞으로 1~2개월 더 지속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한국 증시 진입을 다시 검토할 만한 시점은 일러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