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 프리모르스크에 위치한 석유 터미널에서 23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타격에 따른 화염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경색을 러시아산 수입을 통해 돌파해 보려 하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시장에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러시아에서 일일 2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이 중단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 능력 가운데 약 40% 비중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노보로시스크를 비롯한 흑해 항구와 프리모르스크와 우스트루가 등 발트해 항구 및 헝가리와 연결된 드루즈바 송유관까지 기능이 멈췄다.
러시아는 에너지 설비를 노린 우크라이나로부터 원유 수출 터미널과 송유관 등에 집중 드론 공격을 받았는데 실제 수출 중단까지 이어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 현대사에서 가장 심각한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로 원유를 수출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우크라이나 측에 빈번하게 나포되면서 수송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스코보로디노-모헤 및 아타수-알라샨코우 송유관과 극동에 위치한 코즈미노 항을 통해 일일 190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 등에 차질 없이 공급하고 있다.
유럽으로 운송하기 어려워진 원유를 동쪽으로 돌릴 수용 능력에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정황으로 읽힌다.
로이터는 무역업자 발언을 인용해 “서쪽 원유 수출 통로가 공격을 받아 아시아 시장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조차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전쟁으로 한국 정부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수입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 노동자가 24일 경기 안산시의 한 봉투 제조 공장에서 불이 꺼진 설비를 뒤로 한 채 작업하고 있다. 이 공장은 이란 전쟁으로 석유 소재인 폴리에틸렌 수급이 어려워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앞서 미국 재무부도 지난 13일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해상에 선적된 러시아산 석유 구매자에 설정했던 2차 제재 조치를 30일 동안 일시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운송 능력이 대폭 제한된 만큼 한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올 수 있을 지가 불확실한 셈이다.
가뜩이나 한국 정유사 설비는 중동산 원유에 특화돼 있어 러시아산을 확보해도 정제 수율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들여오기조차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아시아 각국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노려 유의미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닛케이아시아는 “아시아 원유 구매자들이 앞다퉈 이 기회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러시아 경제가 전쟁으로 피해가 누적돼 약세를 보이면 원유 설비와 수출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이 에너지 공급처 다각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원유 수급량을 늘려나가려 해도 당장 러시아가 생산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미국 씽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머지않아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중동 원유 일부를 러시아산으로 대체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은 글로벌 공급 불안과 물류 제약으로 실질적인 에너지 수급 안정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이란 전쟁으로 본격화한 에너지 위기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대안도 ‘믿을 구석’이 되기 어려워지며 한국 산업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질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러시아산 원유만으로는 중동 공급 차질로 인한 부족분을 메우기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