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배터리 셀 정보를 은폐·누락한 채 전기차를 판매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10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배터리 셀 정보와 관련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2억3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벤츠 본사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 벤츠코리아에 과징금 112억, 중국산 배터리 정보 은폐·누락 혐의로 독일 본사도 검찰 고발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준대형 전기 세단 EQE.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공정위는 메르세데스-벤츠가 EQE와 EQS 전기차 상당수 모델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됐음에도 누락·은폐하고, 모든 전기차에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 제품이 탑재된 것처럼 판매지침을 만들어 딜러사들에게 배포해 판매 영업 시 적극 활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판매지침을 보면 파라시스 배터리 셀에 대한 언급 없이 ‘CATL을 선택한 이유’, ‘업계 최고의 기술력’,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등 CATL 배터리 셀의 우수성과 장점만 기재돼 있다고 공정위 측은 밝혔다.

배터리 셀 제조사 관련 소비자 문의에는 CATL 배터리 셀의 우수성을 강조해 차량 판매 영업을 하라고 딜러사에게 안내했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판매지침과 달리 당시 출시된 EQE 차량 6개 모델 가운데 4개, EQS 차량 7개 모델 중 1개에는 CATL이 아니라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됐다. 공정위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누락했다고 판단했다.

배터리 셀은 전기차 성능·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부품이다.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벤츠코리아 내부 자료에 따르면 회사 측은 주행거리와 화재 안전성 등 배터리 관련 사항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판매지침을 제작했다.

벤츠코리아는 판매지침 작성 과정에서 딜러사들을 대상으로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소비자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응답한 딜러사 직원 46명 가운데 15명이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판매지침을 딜러사에 나눠주고, 판매 영업 시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했고, 딜러사 공식 교육자료로도 활용했다.

딜러사들은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모른 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CATL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안내하면서 차량 판매 영업을 했다. 소비자들도 딜러사 설명·안내만 믿고,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오인해 차량을 구매했다.

2023년 6월부터8일부터 2024년 8월12일까지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은 약 3천 대가 판매됐고, 판매 금액은 약 2810억 원이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의 행위가 자사 상품을 실제보다 현저히 우량한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시켜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로 봤다.

판매지침을 제작·배포한 벤츠코리아가 EQE 및 EQS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됨을 알고 있었음에도 누락·은폐했다는 점에서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에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표명령도 함께 부과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이 큰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은폐·누락한 점을 고려해, 최대 부과 기준율인 4%를 적용해 과징금 112억3900만 원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위계에 의한 소비자 유인행위로 제재한 사건 가운데 과징금 규모로는 세 번째로 많고, 부과 기준율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와 함께 독일 본사 역시 이번 법 위반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고, 검찰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벤츠코리아는 판매지침의 주요 내용을 독일 본사에 사전에 모두 보고했고, 독일 본사에 배터리 관련 내용 등 보완을 요청하기도 했다.

독일 본사는 해당 지침을 우수 사례로 선정해 다른 나라에도 소개·전파하고, 벤츠코리아가 내부 교육플랫폼에 게재해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등 위반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고 공정위 측은 밝혔다.

공정위 측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하는 한편, 소비자 구매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보가 정확하게 제공되고,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이 보장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조사 초기 단계부터 관계 당국에 성실히 협조해왔으며, 이번 공정위 의결 내용을 존중하지만, 위원회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높은 수준의 기업 윤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법규를 준수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언론과 소비자들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앞으로 회사 입장을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에 따라 계속 피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