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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고환율로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10조 원이 넘는 투자비용을 지출했다. 환율이 10% 오르면 1조 원 가량의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다. 국내 공장은 치솟는 원재료값에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 국내 배터리 3사가 고환율로 미국 설비투자를 비롯해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되며 실적 회복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 사>
K배터리 3사는 환헤지(위험회피) 전략으로 외화부채평가손실을 대비하고 있지만,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헤지 비용이 늘어나 실적 회복이 더뎌지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실적 회복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직전 거래일인 1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가동하며 환율 안정화 작업에 나섰지만, 오히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대를 위협할 수준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공장 투자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까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7조9545억 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2조3421억 원, SK온은 1조8878억 원을 투입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3사의 대미 투자는 15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환율이 10% 오를 경우 연간 투자비용이 1조5천억 원 가량 증가하게 된다. 배터리 3사는 미국 투자금을 현지 공장 운영으로 거둬들인 달러로 충당해 일부 환차손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미국 내 8개 공장에 대한 투자가 마무리 되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SDI와 SK온은 앞으로 투입될 비용이 상당해 고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이 한동안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 공장 전경. < GM >
SK온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4조2504억 원 수준의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환율이 10% 증가하면 4200억 원 이상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조8553억 원에 달하는 달러 부채를 안고 있다. 환율이 10% 증가하면 5345억 원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회사 측은 “통화선도계약과 통화스왑계약 등 환헤지 전략으로 실제로는 2367억 원 수준의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헤지 비용이 증가해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3사의 배터리 공장들은 고환율에 따른 원재료값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
배터리 3사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37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전체 생산능력 579GWh의 6.4%에 불과하다. 나머지 542GWh는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3사는 정부 주도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맞춰 국내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가 부담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0월 이후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기록하며 기존 전망치 1420원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며 “내년 원/달러 환율 추정치는 연평균 1420원으로, 15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