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체결함에 따라 확정된 2천억 달러의 대미 현금투자가 어느 분야에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한미 관세협상 양해각서(MOU) 내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투자받은 대규모 자금을 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현금투자 2천억 달러의 투자처 관심, 원전·전력인프라 포함 에너지 1순위 전망

▲ 우리나라가 미국에 현금(지분)으로 투자할 2천억 달러가 미국의 원전 등 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보글 원자력 발전소. <연합뉴스>


16일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규모는 350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현금(지분) 투자 2천억 달러는 미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투자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사업 선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이뤄지는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결정한다. 다만 우리나라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와 협의를 거친다.

트럼프 행정부는 투자 필요성은 높지만 리스크가 커 정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원자력 발전소나 변전소, 전기 송전망 분야에 투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미국은 미중 사이의 'AI(인공지능) 전쟁'이 ‘컴퓨팅 파워(연산능력)’ 확충 경쟁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속에 구글, 메타, 오픈AI 등 민간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칩 구매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구축과 병행돼야 할 발전소나 변전소·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구축은 사업 리스크가 높아 AI 칩 구매나 데이터센터 구축 투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받는 투자금을 투자 공백이 있는 대형 원전과 SMR(소형 모듈 원자로)을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확장 속도를 높이는 데 투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브리핑에서 “양국은 앞으로 조선과 원전 등 전통적 전략산업부터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 기업들과 함께 대미 투자의 자율권을 어느 정도 확보한 조선 분야를 제외하면 ‘원전’이 투자 협력 대상 1순위로 언급된 것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이 맺은 미일 투자 MOU에는 일본의 대미투자 55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3320억 달러를 대형 원전 건설, SMR 건설, 기타 발전소, 변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 계통 건설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하는 AP1000 노형 대형 원전과 SMR 건설에 1천억 달러, GE와 히타치의 합작사인 GE 베로나 히타치 주도의 SMR 건설에 1천억 달러를 배정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비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현재 약 100GW(기가와트)인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도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금이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사업이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0월30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에 또 다른 2천억 달러 투자를 지시할 것이며, 여기에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제조업,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를 ‘1호 투자 사업’으로 거명한 것이다.

다만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상업적 합리성의 기준에서 현재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으로, (결과가) 안 나온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상업적 합리성이 없어 참가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해 향후 알레스카 프로젝트 투자를 놓고 양국의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밖에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투자금은 희토류 광산 개발과 제련 시설 건설 같은 희토류·핵심 광물 탈중국 공급망 구축, 미국 내 신규 조선소·의약품 공장 건설, 양자 프로젝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사업' 사업에도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