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HMM 매각 이슈 재점화, 기업가치 13조 부담 완화 방안에 쏠리는 눈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분 매각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HMM 매각 재추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단순 보유지분가치만 13조5천억 원에 이르고 있어 지불여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 지분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3조 원에 달하는 지분가치를 감당할 국내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수자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일부 HMM 지분만을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방법, 지분 일부를 국민이 보유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9일 투자은행업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3%에 근접한 13.9%를 기록하면서, HMM 지분 매각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HMM 주가가 2만5천 원을 넘으면 BIS 비율이 위험해진다”며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분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국내에서 HMM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해운산업 호황으로 HMM 몸값이 높아진 데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지분율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두 기관이 보유한 HMM 주식은 2023년 5억9079만여 주에서 2025년 7억3479만여 주로 늘어났다. 8일 종가 기준 단순지분 가치만 해도 약 13조3천억 원에 이른다.

이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HMM 지분을 공동 소유하거나, 일부 지분을 국민에게 매각함으로써 인수자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해운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HMM은 국내 유일의 원양컨테이너선사인 만큼 단순 민영화보다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절충한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산업은행 HMM 매각 이슈 재점화, 기업가치 13조 부담 완화 방안에 쏠리는 눈

▲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8일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정부·공공기관이 지분 30%, 인수 기업이 40%, 나머지 30%는 화주·선사·소액주주 등이 보유하는 혼합소유 구조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8일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정부·공공기관이 HMM 지분 30%, 인수 기업이 40%, 나머지 30%는 화주·선사·소액주주 등이 보유하는 혼합소유 구조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해운기업들이 부침을 반복했던 이유는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의 문제가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너경영인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무시하고 기업 경영승계에만 몰두해, 글로벌 해운시장 변화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일 하팍로이드가 대표적인 혼합소유 선사로 꼽힌다.

하팍로이드는 오너(민간) 지분이 약 30%이고, 나머지 지분은 독일 함부르크시(공공), 칠레 선사, 카타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다양한 공공기관과 민간 투자자들이 분산해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는 특정 오너일가의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민영화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 일부를 대중의 공모를 받는 방식도 거론된다.

KT(2002년), 포스코(1988년) 등이 민영화 당시 이 방식을 채택했다.

이기환 한국해양대 교수는 2024년 12월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HMM 민영화 관련 좌담회에서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을 일반 국민에게 분산매각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고문은 “HMM은 전 세계에서 사업하며, 이미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포스코 사례처럼 ‘국민주 분산매각’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국민이 호응할 지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