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애리조나 공장에서 수주 성과를 더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4나노 미세공정 고객사 확보에 악재로 떠오를 수 있다. TSMC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1공장 전경.
삼성전자가 4나노 미세공정 수율을 높여 본격적으로 수주에 나선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물량 확보하기 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8일 대만 중국시보 보도에 따르면 AMD는 최근 TSMC와 파운드리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며 핵심 고객사로 비중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MD가 차기 서버용 및 소비자용 CPU에 모두 TSMC 2나노 미세공정 적용을 확정한 데 이어 미국 공장에도 4나노 기반 반도체 생산을 맡겼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TSMC는 현재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AMD에 이어 애플과 엔비디아도 해당 설비에서 공급하는 반도체를 활용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현지에서 생산된 반도체 구매를 압박한 데 따른 결과로 파악된다.
AMD와 엔비디아, 애플은 모두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및 수출규제 정책에 따른 타격을 받고 있어 이러한 정책에 적극 화답해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야 할 이유가 크다.
따라서 TSMC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 반도체 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따른 수혜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예기치 않은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삼성전자도 4나노 미세공정으로 주요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시보는 AMD가 최근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기려 했던 4나노 기반 서버용 CPU 제조를 TSMC 미국 공장에 맡기기로 했다는 한 정보유출자(팁스터)의 분석을 전했다.
진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AMD가 다급하게 TSMC 미국 공장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겨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파악된다.
중국시보는 “AMD는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와도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맺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듀얼소싱’ 전략이 이제는 힘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내부 사진.
그러나 이런 중요한 시기에 TSMC의 미국 4나노 공장 가동과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 정책 영향이 겹치며 삼성전자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4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도입을 앞두고 있으나 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시점은 2026년으로 연기했다.
한국 공장에서 제조하는 반도체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자연히 AMD를 비롯한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이 한동안 TSMC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시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여러 난관에 처해 있다”며 “반도체 성능 부족과 TSMC 미국 공장의 장점 등이 수주 기회를 빼앗기는 원인”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로 TSMC의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는 데 힘쓰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2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는 TSMC가 하반기에 생산을 앞두고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들에 기술력을 먼저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TSMC는 향후 수 년 동안 대만 공장에서만 2나노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어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만 TSMC가 이미 2나노 미세공정으로 AMD와 엔비디아, 애플과 미디어텍, 인텔과 브로드컴 등 다수의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추격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인텔은 첨단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2나노 미세공정과 견줄 수 있는 18A 기술을 하반기부터 미국 공장에 도입해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에 활용한다.
트럼프 정부도 미국 내 반도체 설계업체들에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적극 장려할 공산이 크다.
만약 인텔이 18A 공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증명해 대형 고객사들에 선택을 받는다면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향후 경쟁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