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J푸드빌이 올해 7년 만에 매출 1조 원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는 2020년 12월 대표이사에 발탁된 뒤 CJ그룹에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이른바 ‘부잣집 막내아들 마인드 때문에 푸드빌이 망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찬호 대표가 CJ푸드빌을 이끈지 만 4년, 회사는 7년 만의 매출 1조 원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CJ푸드빌은 CJ그룹의 중추에서 활약하는 전문경영인을 여럿 배출한 곳인데 김 대표의 존재감도 덩달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8일 CJ푸드빌의 실적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 CJ그룹의 주요 계열사 반열에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J가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올리브영, CJENM, CJCGV, CJ프레시웨이 등은 모두 최소 연간 수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CJ 아래 놓인 계열사 가운데 연매출이 1조 원에 못 미치는 회사는 현재 CJ푸드빌이 유일하다.
하지만 올해는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9092억 원, 영업이익 556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7.6%, 영업이익은 22.7% 늘어난 것이며 4년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모자라지 않는 성적표다.
CJ푸드빌의 최근 10년 실적을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암흑기였다. 6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해 ‘돈 못 버는 회사’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사진)는 취임 직후 CJ그룹에 올라가 “자생력을 얻을 때까지 절대 증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근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매출 1조 원에 복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CJ푸드빌이 매출 1조 원 이상을 냈던 것은 2018년 1조544억 원이 마지막이다. CJ푸드빌은 2018년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면서 매출이 8천억 원대로 뒷걸음질했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매출이 6천억 원대로 주저앉았다.
CJ푸드빌이 화려하게 실적을 회복하는 가장 큰 배경은 뚜레쥬르의 해외사업 확대와 빕스의 선전에 힘입은 쌍끌이 효과 덕분이다.
CJ푸드빌는 21년 전인 2004년 뚜레쥬르를 들고 미국으로 나갔지만 13년 동안 적자를 내며 고난한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2018년 흑자로 돌아선 뒤 최근까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푸드빌의 미국 뚜레쥬르 사업을 총괄하는 CJ푸드빌USA은 2024년 매출 1210억 원, 순이익 238억 원을 냈다. 최초로 매출 1천억 원을 넘은 것으로 5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4배 가까이 올랐다.
CJ푸드빌은 2030년까지 뚜레쥬르의 미국 매장을 1천 개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는 150개가량이다.
CJ푸드빌은 미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에도 뚜레쥬르 담당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진출에 이어 올해 초에는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하기로 하는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뚜레쥬르의 적극적인 해외사업 확장에 힘입어 CJ푸드빌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빕스 역시 한때는 저물어가는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수년 사이 평가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양적 성장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에 힘을 쏟은 결과 CJ푸드빌의 든든한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J푸드빌이 보유한 빕스 매장 수는 2015년 112개까지 늘었지만 꾸준히 감소해 현재는 30곳이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저수익 매장을 정리했기 때문인데 그 빈자리를 고급화와 차별화를 지향한 매장으로 채우면서 고객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CJ푸드빌이 외식사업부문에서 지난해 거둔 매출은 2023년보다 7.8% 증가했다.
CJ푸드빌의 호실적은 김찬호 대표이사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20년 12월 인사에서 CJ푸드빌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49세였는데 이는 CJ그룹 계열사 수장 가운데 최연소였다.
김 대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기대에 정확히 부응했다. 선임된 이듬해인 2021년 CJ푸드빌의 적자 고리를 끊어내는 성과를 냈다.

▲ CJ푸드빌 뚜레쥬르 미국 버지니아주 챈틸리점 전경.
김 대표가 회사의 흑자전환을 위해 가장 노력한 지점은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을 높이는 일이었다.
CJ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성원 사이에서는 “언젠가 대표가 돈을 빌려 오겠지”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그룹에 절대 손을 뻗지 않았다. 실제로 CJ그룹도 CJ푸드빌에 1원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대표가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네’라고 느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한 강연에서 “제 아래 임원들이 변했고 팀장들이 변했고 공장의 생산, 점포 매장에 있는 마지막 직원들까지 모두 절실하게 바뀌었다”며 “이렇게 안하면 죽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점포가 구조개선됐고 사업의 구조가 혁신됐고 이제는 반등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밖에도 저수익 매장 구조조정, 제품 혁신 등의 노력을 기울여 4년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끌어올리면서 CJ그룹 경영진 인사에서 매번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가 올해 해외 사업 확대에 힘입어 연간 조단위 매출의 반열에 CJ푸드빌을 올린다면 앞으로 CJ그룹의 주요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CJ푸드빌 출신으로 CJ그룹에서 중용된 전문경영인은 드물지 않다. 현재 CJ그룹 전반의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허민회 CJ 경영지원대표는 2012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CJ푸드빌을 맡았다. 구창근 전 CJ푸드빌 대표이사는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CJ올리브영 대표이사 부사장과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김찬호 대표 전임자인 정성필 전 대표 역시 CJ푸드빌 수장을 맡은 뒤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로 3년을 지냈다.
김 대표는 1971년생으로 1993년 건국대학교 농화학과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CJ를 거쳐 CJ푸드빌 글로벌사업담당, 투썸플레이스본부장, 베이커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