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강세장에 힘 못 쓰는 이더리움, 대항마 솔라나와 2인자 경쟁 치열

▲ 가상화폐 이더리움과 솔라나가 가상화폐 시가총액 2인자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더리움은 이번 강세장에서 정말 망가졌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촉발된 가상화폐 강세장에서 이더리움 시세를 두고 투자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가장 큰 이더리움이 강세장에서 제대로 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한 데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이더리움 킬러’라는 별명을 지닌 솔라나는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일 가상화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솔라나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이더리움을 제치고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재무분석가 크리스퍼스 냐가는 최근 가상화폐전문매체 뱅크리스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솔라나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며 “만약 솔라나가 가격 상승의 계기를 얻고 이더리움의 가격 움직임이 정체된다면 솔라나가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상화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전문매체 에이엠비크립토도 “솔라나가 현재의 성장 궤도를 유지한다면 이더리움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경쟁자로서 입지를 공공히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최근 강세장에서 두 가상화폐 시세 흐름에 온도 차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가상화폐 강세장이 펼쳐진 상황에서 이더리움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기준 올해 3월 기록한 578만3천 원의 52주 최고가를 경신하지 못한 채 490만 원대 후반에서 500만 원대 초반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솔라나는 미국 대선일인 11월5일 20만 원대에서 11월22일 업비트 기준 신고가인 36만8900원을 새로 썼고 현재 33만 원대에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이더리움(약 4107억 달러)과 솔라나(약 1090억 달러)의 가상화폐 시가총액도 4배 정도로 좁혀진 상태다. 1년 전 이더리움(약 2602억 달러)과 솔라나(약 25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10배 넘게 차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르게 차이가 줄고 있는 것이다.

내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가상화폐 규제 완화로 솔라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면 솔라나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면서 두 가상화폐의 시가총액 격차는 한층 더 좁혀질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더리움 시세 부진을 두고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이후 자금 유입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출시될 무렵인 올해 7월만 하더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못지않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1월25일 기준 이더리움 현물 ETF 누적 순유입액은 1억700만 달러 수준으로 3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비트코인 현물 ETF 누적 순유입액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이더리움이 솔라나에 비교해 네트워크가 중앙 집중화돼 있고 높은 수수료, 느린 블록체인 처리 속도를 지녀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시세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더리움 시세가 오르려면 이더리움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한 단계 더 활성화하고 유통량이 감소 추세로 전환되는 것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강세장에 힘 못 쓰는 이더리움, 대항마 솔라나와 2인자 경쟁 치열

▲ 이더리움의 생태계가 솔라나보다 아직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가상화폐 2인자는 이더리움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더리움 그래픽 이미지.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더리움과 솔라나의 개발자 혹은 개발사의 국적도 트럼프 시대 시세 흐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러시아와 캐나다, 몬테네그로 복수국적자인 반면 솔라나 개발자 아나톨리 야코벤코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미국 국적자다.

글로벌 가상화폐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트럼프 당선인 시대 미국에서 개발된 가상화폐인 솔라나가 정책적 수혜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당장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가능성이 높은 가상화폐로 솔라나와 함께 리플을 꼽고 있다. 리플도 솔라나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가상화폐다.

다만 솔라나의 급격한 성장세에도 이더리움의 상징성과 안정성, 높은 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이더리움이 앞으로도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화폐시장 2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은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가상화폐 네트워크로 평가받는다.

홍성욱 연구원은 "이더리움이 경쟁 블록체인에 밀리는 양상이지만 디파이는 이더리움이 아직 우위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며 "미국 금융기관도 디파이 요소를 실험하는 단계에서 이더리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닷컴뉴스는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모두 고유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솔라나가 이번 강세장에서 이더리움을 앞지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더리움의 안정성과 분산성은 기관 등급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생태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