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AI 파운드리' 승자독식, 그래도 전영현 삼성전자 '엑시노스2500' 3나노 포기 없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체 AP 엑시노스2500을 3나노로 양산해 파운드리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관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를 독식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은 삼성전자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을 3나노로 양산해 파운드리 반등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엔비디아의 새로운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파운드리를 수주하는 등 다른 수요처 확보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파운드리 1등인 TSMC가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두며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하며, 내년에도 AI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을 낳고 있다.

TSMC는 3분기 영업이익으로 약 15조3천억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8.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47.5%로, 반도체 제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수익성을 보여줬다.

TSMC 측은 지난 17일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AI 관련 매출이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배 넘게 증가하고, AI 수요가 수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분기 5천억 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영업손실이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삼성전자 11.5%와 격차는 50.8%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상태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승자 독식’ 구조로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 부활을 노리던 미국 인텔도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2023년 59%에서 최근 64.2%까지 상승하는 등 1등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독식' 추세가 매우 짙어지고 있다”며 “삼성 파운드리와 인텔이 2025년 설비투자(CAPEX)를 줄일 것이란 점에서 TSMC 시장 지배력은 더 상승해 점유율이 70%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삼성전자도 사업성을 잃은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를 전면 일축했다.

현재 고비를 넘기고 일정 궤도에 올라간다면 막대한 수익 창출이 보장된 사업이란 점이 입증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파운드리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경영진이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독립 사업부로 출범하며 투자를 확대한 것 자체는 옳은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TSMC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3나노 미세공정 양산력의 안정화가 필수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 3나노 공정에서 대형 외부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하며 사실상 양산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선 삼성전자 자체 AP 파운드리 물량이라도 받아 3나노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점차 수율(완성품 비율)을 비롯한 기술력을 안정화할 필요성이 커진 상태라는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영현 부회장은 자체 AP ‘엑시노스2500’을 3나노 공정으로 양산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엑시노스2500의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5 탑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TSMC 'AI 파운드리' 승자독식, 그래도 전영현 삼성전자 '엑시노스2500' 3나노 포기 없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삼성전자>


최근 전자기기 성능 실험사이트인 ‘긱벤치’에는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엑시노스2500의 새로운 버전의 성능 테스트 결과가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왔다.

회사는 만약 성능이나 수율 문제로 엑시노스2500을 갤럭시S25에 탑재하지 못한다면, 내년 하반기에 출시되는 갤럭시Z플립·폴드6에 탑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과거 4나노 공정에서도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엑시노스2400을 4나노로 양산하며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수율을 안정권인 7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2400의 성능은 대만 미디어텍, 미국 퀄컴 등 비슷한 사양의 경쟁 제품 대비 특별히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외부 대형 고객사 유치에도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엔비디아가 기존 협력사인 TSMC와 갈등이 발생하면서,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엔비디아의 PC용 GPU ‘RTX 30’ 시리즈를 8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경험이 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의 안정적 실적 개선을 위해선 파운드리 선단 공정의 대형 고객사와 물량 확보를 통한 수율 안정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갤럭시S 시리즈에 엑시노스 탑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고객사 확보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