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시내가 보이는 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회사들이 발행한 녹색채권의 실질적 기후대응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발행된 미국 녹색채권 약 3조 달러(약 3991조 원) 가운데 2%만이 실제로 신규 프로젝트에 투자됐다고 보도했다.
녹색채권은 환경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활동, 프로젝트, 자산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발행액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되는 채권을 말한다. 조달된 자금은 반드시 친환경 관련 사업에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 가운데 약 30%, 지방 정부가 발행한 채권 가운데 약 45%는 기존 채무 차환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외에도 녹색채권들은 기존 프로젝트를 강화하거나 유사한 계획에 쓰인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미경제연구소는 투자자들이 채권 발행 의도에 따라 채권 사용처를 구분하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폴린 램과 제프리 우글러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조금 신랄하게 해석하자면 녹색채권 시장은 그저 기업들이 부수적 수입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며 “이번 분석을 통한 경험적 결론은 녹색채권이라는 상표 자체가 곧 녹색 프로젝트 투자로 이어지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지금까지 발행받은 녹색채권 시장 규모는 약 5조 달러(약 6653조 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증가한 분량만 따지면 약 797억 달러(약 105조 원)로 지난해 연결기준 규모와 비교하면 전체 시장 규모가 약 11%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 미국 정부가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녹색채권도 본래 의도대로 사용됐는지 감시하기 위한 움직임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 ‘서스테이너블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임 디렉터 응네카 치케-오비는 블룸버그를 통해 “녹색채권이 기존 부채 차환에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며 “부동산업계 같은 경우에는 녹색 적격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부채 차환에 사용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녹색채권 시장을 향한 지나친 의심을 높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비판도 나왔다.
스웨덴 싱크탱크 인류세 채권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 울프 얼란도슨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기존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된 녹색채권 시장을 폄하하는 잘못된 분석”이라며 “녹색채권은 이자가 더 비싼 자본부채를 상환하는 것에 주로 사용되며 이는 기업들이 더 많은 녹색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램과 우글러 연구원은 “우리는 이번 연구가 녹색 채권 사용처를 향한 감시를 강화하고 기후 대응과 환경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추가성(additionality)’ 증대라는 명확한 의도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