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미국 IT기업 실적 부진 가렸다, 최근 1년 평균 매출 증가율 낮아져

▲ 미국 증시 인공지능 관련주의 주가 상승이 IT기업 전반의 실적 부진을 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한 서버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시에 상장된 IT기업의 지난 1년 평균 매출이 과거 5년 동안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는 집계가 나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일부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며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인공지능 열풍이 미국 기술주 대부분의 약점을 감추고 있다”며 “대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22년 시작된 IT기업의 실적 부진 추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소수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소프트웨어와 IT컨설팅, 전자장비 등을 담당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성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 S&P500 지수에 포함된 IT기업의 지난 12개월 평균 매출 증가율이 6.9%에 불과해 5개년 평균치인 10%를 밑돌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주당순이익 증가율 역시 12개월 동안 평균 16%에 그쳐 지난 5년 평균인 21%를 밑돌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소형주 중심인 러셀2000 지수에 포함된 더 많은 IT기업을 두고 볼 때 이러한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평균 매출은 1년 동안 6.1%, 주당순이익은 2.8% 줄었다.

인공지능 관련주의 주가 상승 추세가 IT기업들의 현실을 가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도체 및 장비 기업도 인공지능 및 서버용 제품을 제외한 산업용, 자동차용 반도체 관련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기관 블랙록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인공지능을 제외한 IT업계를 본다면 침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인공지능 관련주 상승에 따른 낙수효과가 IT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바라봤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IT기업 주가가 상승 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와 같은 가파른 성장 기회를 안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그치지만 최악의 상황을 지나던 IT기업에도 점차 반전의 흐름이 찾아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