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로 기회 잡은 네이버, 이커머스 1위 놓고 쿠팡과 치열한 경쟁 예고

▲ 티몬과 위메프 사태로 네이버와 쿠팡이 소비자를 추가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주춤하던 네이버쇼핑이 티몬과 위메프 정산 미지급 사태를 계기로 다시 살아날지 주목된다.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양강 구도 체제가 굳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티몬과 위메프를 떠난 소비자를 흡수하기 위한 두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IT업계와 증권가 취재를 종합하면, 대규모 판매 대금 정산과 환불 지연을 일으킨 ‘티몬·위메프’ 사태로 온라인 유통시장이 상위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네이버쇼핑은 쿠팡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1위 자리를 두고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은 쿠팡(24.5%)이 1위였고, 네이버(23.3%)가 2위를 차지했다.  
 
'티메프' 사태로 기회 잡은 네이버, 이커머스 1위 놓고 쿠팡과 치열한 경쟁 예고

▲ 네이버 쇼핑이 이번 티몬과 위메프 정산 미지급 사태를 계기로 주춤하던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쇼핑은 코로나19를 전후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쇼핑 플랫폼 경쟁이 심해지면서 최근 고전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4분기 시장 평균 성장률을 밑돈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평균 성장을 밑도는 등 거래액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경쟁사인 쿠팡이 올 1분기 거래액 기준 30%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온라인 유통기업 간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를 내세워 국내 시장에 침투한 게 영향을 미쳤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팬데믹 기간에 국내 시장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며 “엔데믹 이후로는 전체적으로 시장 자체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티메프 사태 이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이 다시 한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신뢰도가 중요해지면서 재무구조가 우수하고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대형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에 지급해야 할 자금을 임의로 운용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금거래에서 중립적인 제3자에스크로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대형 플랫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크로 계정을 구축하지 못하는 유통 플랫폼을 판매업자들은 꺼리게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막대한 자본력과 에스크로 계정 구축에서 유리한 대형 유통 플랫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티메프' 사태로 기회 잡은 네이버, 이커머스 1위 놓고 쿠팡과 치열한 경쟁 예고

▲ 증권업계에서는 티몬, 위메프 사태로 국내 유통시장이 상위권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쇼핑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반등의 기회로 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를 이탈한 판매자들을 네이버쇼핑이 유치할 경우 이용자를 함께 끌어오면서 정체된 성장률을 일시에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쇼핑은 직매입 중심의 쿠팡과 달리 판매 업체들이 입점해 스스로 판매하도록 하는 오픈마켓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 사업자다. 사업구조가 티몬, 위메프와 유사한 만큼, 이번 사태의 반사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쿠팡에 비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로 2조5천억 원 이상 총거래액(GMV) 유입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티몬과 위메프의 시장점유율 3% 중 1%를 네이버가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큐텐 산하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의 연간 이커머스 거래액은 7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티몬은 5%, 위메프는 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연 7조 거래액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네이버와 쿠팡 두 이커머스 기업의 순위가 뒤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