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능에도 힘주는 넷플릭스, 검증된 PD들로 하반기 ‘예능 맛집’ 노린다

▲ 넷플릭스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예능 콘텐츠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유기환 넷플릭스 한국 논픽션 콘텐츠 담당, 이재석 PD, 양정우 PD, 김학민 PD, 권해봄 PD, 박진경 PD, 김재원 PD, 정효민 PD, 정종연 PD.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2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은 1년에 4편 정도였는데 이제는 10편 이상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넷플릭스가 예능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 스타PD들과 손잡고 예능 콘텐츠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영화, 드라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예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계정공유금지 시행 이후 중요해진 ‘락인(고객 묶어두기)’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예능에 본격적으로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6일 넷플릭스는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넷플릭스 예능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개할 예능 콘텐츠들을 공개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PD 8명이 참석해 직접 작품을 설명했다.

콘텐츠업계에서 여러 작품을 묶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작품마다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과 비교해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앞으로 공개할 예능 콘텐츠 9개를 한 번에 소개하는 행사를 준비한 것은 그만큼 예능 콘텐츠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미 검증된 스타PD가 만드는 콘텐츠를 통해 ‘예능 맛집’을 노린다. 면면을 보면 콘텐츠업계에서 이정표를 하나씩 세웠다고 할 만한 PD들로 채웠다.

tvN ‘더지니어스’, ‘대탈출’,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으로 유명한 정종연 PD,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만든 이재석PD, tvN ‘신서유기’, ‘꽃보다 청춘’을 내놓은 양정우 PD가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JTBC ‘싱어게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연출한 김학민 PD, 채널A ‘도시어부’, ‘강철부대’, JTBC ‘최강야구’로 잘 알려진 장시원 PD, JTBC ‘효리네 민박’을 흥행시킨 정효민 PD도 새로운 예능 콘텐츠를 내놓는다.

이전 시즌에서 인기를 모은 콘텐츠들도 후속 시즌으로 구독자들을 만난다.

정종연 PD는 곧 ‘데블스플랜 시즌2’ 촬영에 들어간다. 권해봄 PD는 ‘코미디로얄 시즌2’인 ‘코미디리벤지’를, 박진경 PD는 ‘좀비버스:뉴블러드’를, 김재원 PD는 ‘솔로지옥 시즌4’를 선보인다.

넷플릭스가 준비한 예능 콘텐츠들을 보면 장르가 다양하다.

유기환 넷플릭스 한국 논픽션 콘텐츠 담당은 “구독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졌고 개인화됐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시청층,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한국 넷플릭스 예능팀은 한국 시청자만을 생각하고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글로벌 흥행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한국 구독자들 취향에 맞춰 작품을 제작한다는 얘기다.
[현장] 예능에도 힘주는 넷플릭스, 검증된 PD들로 하반기 ‘예능 맛집’ 노린다

▲ 유기환 넷플릭스 한국 논픽션 콘텐츠 담당(오른쪽)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방송인 박경림씨와 함께 예능 PD들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재석 PD는 넷플릭스 제작 시스템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PD는 “그동안 여러 작품을 연출하면서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 결과물이 다를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처음에 구상한 그대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며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넷플릭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 담당은 예능 콘텐츠 수를 늘리면서도 잘될 것 같은 작품을 기준으로만 고르지는 않는다는 기준도 밝혔다. 이미 한번 잘 된 장르라고 해서 그 장르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내 예능 시장에 대해서는 여러 플랫폼 작품들이 다 같이 잘 되는 것이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예능 콘텐츠가 가장 강한 플랫폼은 티빙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구독자 수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에서는 넷플릭스가 압도적 1위에 올라있지만 예능 콘텐츠가 놓고 보면 넷플릭스가 티빙을 추격해야 하는 모양새다.

유 담당은 “뛰어난 제작자와 예능 산업 크기를 봤을 때 한국 예능은 전체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넷플릭스 예능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다음 작품은 내 취향일 수 있는 콘텐츠를 내놓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