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G마켓이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위상이 재확인된 가운데 '구원투수'로 나선 정형권 대표의 수익성 확보 전략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그룹 출신으로 이커머스와 재무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데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사업 효율화 등을 통해 지마켓의 흑자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1세대 플랫폼' G마켓 건재 증명, 정형권 '쇄신'으로 흑자 전환 초석 다져

▲ 지마켓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로 여겨진다. 사진은 정형권 지마켓 대표이사.


15일 유통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정형권 G마켓 신임 대표이사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으로 여겨진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G마켓은 2분기 기준 1인당 결제추정액 부분에서 16만7202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결제추정액은 충성도 높은 고객의 구매활동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G마켓이 안정적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과를 앞섰다는 점에서 G마켓의 경쟁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마켓의 근본적 과제로 매출이나 객단가가 아닌 수익성을 꼽는 시각이 우세하다. G마켓은 지난해 영업손실 321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적자 폭을 절반가량 줄였으나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6월 비정기 인사를 통해 기존 지마켓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새 수장으로 알리바바그룹 출신의 정형권 대표를 선임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신세계그룹이 2021년 지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하고 처음으로 수장을 바꾼 데다 경쟁사 대표를 새 지휘관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수익성 문제에 대해 기존 대표의 문책성 인사를 실시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및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를 거쳐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전문가이자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정 대표 역시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8일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알리바바를 비롯한 글로벌 IT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과 ‘쇄신’을 통해 업계 1등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지마켓 대표로 부임하자마자 재무·사업 구조를 포함해 회사 현황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조직 쇄신과 수익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정해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지마켓 조직부터 개편했다. 기존 PX본부를 PX본부와 테크본부로 분리했다. 

PX본부는 지마켓 개발자들이 속한 조직으로 사이트 관리부터 신규 서비스 개발까지 IT 관련 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부서다. 여기서 기술개발 부문을 분리해 테크본부를 만든 것은 기술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G마켓 관계자는 “기술개발을 통해 고객 편의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핵심 임원 인사에서도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마켓은 정 대표 선임과 동시에 PX본부장에 네이버 출신의 김정우 상무, 테크본부장에 쿠팡 출신의 오참 상무 등 외부 인물을 영입했다.

지마켓이 내부승진이 아닌 외부에서 임원을 선임한 것은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최초다. 기존 이베이코리아 출신이 아닌 오픈마켓 1위 네이버와 직매입 이커머스 1위 쿠팡 인사를 각각 임명했다는 점에서 각 기업의 전문성을 수혈해 지마켓의 경쟁력을 보완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경쟁 플랫폼의 강점을 파악해 이를 지마켓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물류 시스템 효율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물류 시스템은 배송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이커머스 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정 대표는 그의 수장 취임 이전에 결정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6월 CJ그룹과 업무협약을 통해 G마켓의 익일 배송서비스인 ‘스마일배송’ 택배를 CJ대한통운에 위탁하기로 했다. 
 
'1세대 플랫폼' G마켓 건재 증명, 정형권 '쇄신'으로 흑자 전환 초석 다져

▲ CJ대한통운이 자사 배송 브랜드인 ‘오네’를 통해 G마켓 스마일배송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마켓은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학 있다. < CJ대한통운 >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성 강화를 위해 현재 오후 8시인 익일 도착보장 마감시한을 자정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해당 방안이 시행된다면 그동안 쿠팡과 비교해 가장 약점으로 꼽혀온 배송부문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협약을 통해 G마켓은 유통에 집중하며 배송은 CJ대한통운이 담당하게 됐다. 본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G마켓은 해당 업무협약으로 최대 20%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지마켓의 수익성 개선 방안의 하나로 희망퇴직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에서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지마켓의 형제기업 SSG닷컴은 5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새 대표이사가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행된 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같은 적자 지속이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지마켓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 플랫폼 역시 허리띠 졸라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11번가는 2023년 말과 올해 3월 두 번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쇼핑의 온라인 사업부인 롯데온도 6월 첫 희망퇴직 시행 소식을 알렸다.

지마켓 관계자는 “지마켓은 사업 효율화 작업과 더불어 기술개발을 통한 플랫폼 이용 편의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희망퇴직 시행은 지마켓과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