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파운드리 투자 늘려 격차 벌린다, 삼성전자 인텔도 추격 바빠져

▲ TSMC가 2나노 파운드리 설비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사인 인텔과 삼성전자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공장 건물.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파운드리 시설 투자 경쟁에 다시금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서버와 모바일용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만 TSMC는 2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며 고객사 수요 선점을 노리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인텔도 본격적으로 추격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의 설비 투자 증액을 놓고 단순히 위탁생산 물량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확실한 우위 선점을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UBS 등 증권사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TSMC는 내년 시설 투자금을 사상 최대치인 370억 달러(약 51조 원)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정치 대비 약 16% 늘어난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대부분의 자금을 내년부터 양산하는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제조 설비에 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대만에만 6곳 이상의 생산라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2나노 파운드리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TSMC 상위 고객사 반도체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퀄컴과 미디어텍 등 다른 대형 반도체 설계기업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타임스는 TSMC 투자 확대가 내년에 ‘파운드리 출혈 경쟁’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지난해 본격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으로 대형 고객사 수주를 사실상 독식하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를 약 6개월 앞서 상용화했는데도 선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첨단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이미 TSMC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고객사들에 3나노 미세공정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양산을 시작하는 2나노 파운드리가 중요한 반격 기회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본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주 사례도 확보했다.

인텔도 내년부터 본격 도입을 앞둔 18A(1.8나노급) 공정 기술로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며 TSMC를 뒤잇는 2위 파운드리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
 
TSMC 2나노 파운드리 투자 늘려 격차 벌린다, 삼성전자 인텔도 추격 바빠져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 홍보용 이미지.

TSMC가 내년 2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이러한 경쟁사들의 추격을 꺾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더욱 치열해지는 파운드리 시장 경쟁에 맞춰 설비 투자를 늘리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며 “단순한 수요 대응을 넘어 확실한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투자 확대는 자연히 삼성전자와 인텔의 맞대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2나노 파운드리 생산 설비를 충분히 확보해야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단가 우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2나노 투자 경쟁이 앞으로 파운드리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낼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바라봤다.

상위 파운드리 업체의 설비 투자 경쟁은 반도체 장비기업들에 수혜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내년에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60대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EUV 장비 가격만 따져도 123억 달러(약 17조 원)에 이른다.

조사기관 SEMI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가 109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내년에는 128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기업 투자 지원 정책,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고대역 메모리(HBM) 투자 확대가 배경으로 지목되는데 파운드리 관련 장비 시장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TSMC는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투자 경쟁이 벌어져도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등 메모리반도체, 인텔은 자체 반도체 제품 연구개발에 역량이 분산되는 반면 TSMC는 파운드리 투자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장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텔은 두 경쟁사 대비 앞선 공정 기술력을, 삼성전자는 HBM과 파운드리 기술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2나노 이하 미세공정 분야에서 추격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TSMC는 18일로 예정된 2분기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 2나노 파운드리 상용화 및 투자 계획을 상세히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