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구글 ‘빅테크’ 유럽 규제 강화 추세, 삼성전자 AI스마트폰도 영향받나

▲ 유럽연합이 구글 메타 등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법 규제가 삼성전자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를 흐르는 센 강에서 운행중인 보트에 갤럭시 S24 울트라를 설치하고 에펠탑을 촬영하는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메타, 구글과 같은 인공지능(AI) 기술 빅테크 기업에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구글로부터 AI 서비스를 제공받는 삼성전자 또한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과 유럽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데 반독점 규제 여파로 AI 스마트폰 판매에 중장기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7일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연합이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규제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빅테크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도입한 광고 모델이 디지털 시장법(DMA)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현지시각으로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메타가 유럽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 제공을 사실상 강요하고 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 등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다. 

메타는 향후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전 세계 연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위반 행위가 반복될 경우 최대 벌금 규모는 세계 매출의 20%까지 늘어난다. 2023년 메타의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68억 달러(약 37조1839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뱉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메타 외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유럽연합 반독점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이 빅테크 기업 독점을 규제하는 뼈대는 지난 3월 발효한 디지털 시장법이다. 

디지털 시장법은 온라인 검색이나 메신저 부문 등에서 지배적인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정한 뒤 이들에게 공정한 활동을 요구하는 내용이 뼈대다. 

유럽연합은 2023년 9월6일 알파벳(구글 모기업)과 메타 MS 그리고 아마존과 애플 및 중국 바이트댄스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했다. 이 법안이 3월부터 효력을 발생해 조사에 나선 것이다.
 
메타 구글 ‘빅테크’ 유럽 규제 강화 추세, 삼성전자 AI스마트폰도 영향받나

▲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쟁 담당 집행위원이 3월25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에서 열린 DMA 관련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의 최근 조치들은 대기업들이 영향력을 강화했던 핵심 사업들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의 이런 기조는 삼성전자의 유럽 스마트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연합이 지난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에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가 내장되는 것을 놓고 다른 AI 개발사의 접근을 차단했는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삼성전자와 구글을 겨냥한 조사와 관련해 “소규모 개발자들의 제품이 대형 기술 회사들에 막혀 사용자들에 전달되지 못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제조한 스마트폰이 구글의 AI 서비스만 내장해 다른 제작사들을 배제하는 것 아닌지를 디지털 시장법에 근거해 들여다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럽연합의 조사 여파가 가까운 시일 안에 삼성전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MS가 자사 전자기기들에 자체 생산성 애플리케이션인 팀즈를 끼워팔아 슬랙이나 줌과 같은 타사 서비스를 배제한 것 아니냐는 혐의는 이미 4년 전에 불거졌다. 

유럽연합 조사에 최소 수 년 시간이 걸리다 보니 당장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 규제가 삼성전자의 차세대 AI 스마트폰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아니라 구글이 게이트키퍼인 만큼 직접 벌금을 맞을 가능성은 크진 않지만 불똥이 튈 공산이 크다.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과 비교하면 유럽연합 규제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더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애플은 아이폰에 오픈AI의 챗GPT를 포함해서 구글 제미나이 등 여러 AI 서비스를 내장하고 소비자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분기별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각각 30% 전후 수준으로 현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가 S24 시리즈 판매 호조로 32%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가져왔다. 삼성전자에게는 유럽이 그만큼 스마트폰 판매에 있어서 중요한 시장인데 반독점 규제 관련 변수가 커진 셈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폴리티코를 통해 “산업과 기술이 크게 변하는 시기에는 경쟁 질서를 바로잡는 강력한 법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