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만족스러운 경영 성과에도 웨이브 합병 이슈로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29일부터 티빙을 이끌면서 빠른 결정을 통해 공격적인 운영을 해왔지만 웨이브와의 합병에 있어서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티빙 1년 만에 확 바꿔놓은 승부사 최주희, 웨이브와 합병 지연은 '뜻밖'

▲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최 대표가 토종OTT들이 국내 OTT 시장에서 어려울 때 티빙을 맡아 많은 것을 바꿔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콘텐츠업계에서는 그동안 최 대표 스타일을 봤을 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벌써 1년 전이다. 그동안 합병설로만 그쳤었지만 지난해 12월5일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SK스퀘어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합병 계약을 조속히 체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1개월이 지났는데도 합병은 지지부진하다. 티빙과 웨이브 모두 현재로서는 언제 합병할지에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도 현재 상황이 답답할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와의 합병 논의가 본인의 스타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트렌비 최고사업책임자(CBO)에서 티빙으로 자리를 옮긴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그동안 빠르고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운데 처음으로 광고요금제를 도입했고 3년 동안 1450억 원을 내고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도 따왔다.

티빙을 성장시킬 수 있는 영역에 있어서는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최 대표가 일했던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 대표에 대해서는 카리스마있는 리더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리더로서 업무지시를 명확하게 하는 편이고 이런 최 대표를 따르는 직원들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소식이 들리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에 적극적이었던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경질됐다는 얘기가 들리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박 사장의 경질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는 만큼 SK스퀘어가 합병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모두 주주 구성이 복잡하기 때문에 주요 주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합병이라는 것이 막판에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는 것은 대주주들끼리 큰 틀에서는 합의를 본 것인만큼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틀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티빙 1년 만에 확 바꿔놓은 승부사 최주희, 웨이브와 합병 지연은 '뜻밖'

▲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운데 처음으로 광고요금제를 도입했고 3년 동안 1450억 원을 내고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도 따왔다. <그래픽비즈니스포스트>


최 대표는 웨이브와 합병한다고 해도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티빙은 요즘 소위 잘 나가는 플랫폼이다.

콘텐츠업계에서는 최 대표가 토종OTT들이 국내 OTT 시장에서 어려울 때 티빙을 맡아 1년 동안 많은 것을 바꿔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앱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넷플릭스가 1118만 명, 티빙이 731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1월과 비교해 넷플릭스 월간활성사용자 수는 164만 명이 감소했지만 티빙은 75만 명 늘었다. 600만 명이 넘었던 월간활성사용자 수 차이도 387만 명까지 줄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토종 OTT들이 넘을 수 없는 플랫폼으로까지 얘기됐던 것을 생각하면 의미있는 성과다.

올해 3월부터 tvN ‘눈물의 여왕’과 ‘선재 업고 튀어’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것과 KBO리그 중계권을 따온 것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중계 시청이 5월부터 유료로 바뀌면서 월간활성사용자 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4월과 비교해 오히려 25만 명 늘었다.

티빙은 4월에 이어 5월에도 쿠팡플레이를 제치고 토종OTT 1위 자리도 지켰다. 하지만 웨이브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435만 명을 기록하면서 티빙은 물론 쿠팡플레이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티빙이 웨이브와 합병한다고 해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두 플랫폼의 월간활성이용자 수 합산만으로 넷플릭스와 비슷해진다고 해서 시너지가 날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OTT는 결국 콘텐츠의 질이 핵심인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질 좋은 콘텐츠로까지 연결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