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2008년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을 이끌며 50나노급 1G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후 20나노와 18나노급 D램 미세공정 개발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2009년 D램 개발실장을 거쳐 2014년 5월 김기남 사장의 후임으로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삼성전자 출신이 아니라 LG반도체 출신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에 오른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김기남 사장의 후임자는 전영현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내부 신임이 두터웠다.
전 부회장은 권오현, 김기남 전 회장들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명으로 1960년생의 '올드보이'로 분류되지만, 여전히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전해졌다.
전 부회장은 우선 HBM 경쟁우위를 되찾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핀포인트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HBM 시장은 AI 반도체 성장에 따라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 HBM3E가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D램 주도권이 완전히 경쟁사들에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도 관련 보고를 받으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이번 ‘핀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이 엔비디아 경영진과 HBM3E 공급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재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차세대 HBM을 개발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후공정 분야의 인력 100여 명을 한 군데로 모았다. 또 300명 규모의 HBM 개발 전담팀이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를 뛰어넘어 HBM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문인력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 방식과 평가 시스템도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전자 문화가 도전보다는 안정, 개방보다는 보수적 사고가 팽배해지면서 반도체 전문 인력의 이탈이 늘고 있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도전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사내 문화는 평가, 보상 시스템이 단기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4월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서 퇴사한 연구개발 직원을 인용해 “리더들이 위험을 피하면서 경쟁사에 뒤처지기 시작했다”며 “삼성의 최고 경영진은 1년 계약만 부여받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입할 여유가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