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가 코스메틱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이탈로 인한 패션사업 부진 대안으로 수익성 높은 코스메틱 사업을 염두에 둔 영향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명품 브랜드 공백 올해는 메울까, 윌리엄 김 경영 시험대 올라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가 명품 패션 브랜드 공백을 메울지 주목된다


하지만 패션 부문이 전체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화장품 사업만으로는 실적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해외 코스메틱 사업 확대뿐 아니라 패션사업 경쟁력 회복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윌리엄 김 대표는 올해 코스메틱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사업 매출이 크게 증가한 만큼 코스메틱 사업에 힘을 줘 패션사업 적자폭을 메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윌리엄 김 대표는 구찌, 버버리 등 럭셔리 브랜드를 거쳐 올세인츠 최고경영자를 맡은 지 1년 만에 올세인츠를 흑자로 전환시킨 경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무선 사업부에서 마케팅총괄부사장을 담당했고 지난해 1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업황 부진과 주력 브랜드 이탈 등 악재가 겹치며 경영 능력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었던 만큼 올해는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적합한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2.8%, 영업이익은 57.7%가 감소하며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셀린느를 비롯한 해외 명품 브랜드가 대거 이탈하며 패션 사업 실적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화장품사업 약진이 지속되고 있다.

코스메틱 부문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분기 20.5%, 2분기 8.5%, 3분기 4.9%가 각각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전체 매출에서 뷰티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 매출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2020년 24.8%, 2021년 24.7%, 2022년 23.2% 등 20% 초중반대에 머물다 지난해 처음으로 29.4%까지 오른 것이다. 

이에 윌리엄 김 대표는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명품 브랜드 공백 올해는 메울까, 윌리엄 김 경영 시험대 올라

▲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니치향수' 제품들.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제 그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3년 안에 소매 매출 1천억 원 이상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당 제품은 높은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힐리’, ‘쿨티’, ‘꾸레쥬 퍼퓸’ 등 향수를 국내 독점으로 유통하며 향수 라인업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딥디크, 바이레도 등 니치향수 브랜드 매출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수익 수입 코스메틱 매출 성장이 이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제품 목록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에스아이빌리지는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과 개인화 서비스로 최적화된 쇼핑 환경을 제공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본상을 수상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023 연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에스아이빌리지 거래금액은 3300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22% 증가했다.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지난해 판매된 니치 향수는 21만 병에 육박한다. 2022년과 비교해 11%가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일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올해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한 프랑스 향수 브랜드 ‘에르메티카’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패션사업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전체 매출 가운데 70% 이상은 패션 부문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부문의 브랜드 수는 2022년 49개에서 지난해 42개로 줄어들며 이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천억 원, 450억 원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지난해 미래를 위해 선제적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서 운영을 종료한 브랜드들이 있어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며 “저효율 브랜드 11개를 정리하는 한편 꾸레쥬, 리포메이션, 뷰오리, 판가이아 등 글로벌 라이징 브랜드 4개를 신규 론칭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명품 브랜드 공백 올해는 메울까, 윌리엄 김 경영 시험대 올라

▲ 신세계인터내셔날 전체 매출 가운데 70% 이상을 패션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패션사업의 경쟁력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유통 중인 꾸레쥬. <신세계인터내셔날>


계약이 종료된 브랜드도 있으나 저효율 브랜드도 자발적으로 정리하며 실적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단 얘기다. 올해는 럭셔리 브랜드를 3개 이상 신규 론칭하며 패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지난해의 부진은 일시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해외 패션 매출은 2022년 대비 22% 감소했으나 종료된 브랜드 효과를 제외하면 6% 증가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판권 종료 효과를 감안한다면 성장 동력으로써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지난해 패션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이 실적개선을 이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신명품으로 불리는 패션 브랜드 자·스·가(자크뮈스·스튜디오 니콜슨·가니)의 발굴이라는 평가가 많다.

윌리엄 김 대표도 해당 사안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자체브랜드 ‘맨온더분’을 프랑스 파리 패션 쇼룸을 통해 공개하고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에서 국내 최초로 기능성 아웃도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게다가 지난해 패션 브랜드 4개(꾸레쥬, 리포메이션, 뷰오리, 판가이아)를 론칭한데 이어 올해 해외 럭셔리 패션 브랜드 2개, 해외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1개 도입이 확정되며 신규 패션 브랜드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포트폴리오 효율화, 성장 잠재력 있는 신규 브랜드 론칭, 수입 화장품 사업의 독보적 경쟁력 확보 등을 추진하며 실적 회복에 나설 계획”이라며 “특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과 패션부문의 라이선스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