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원가 50%는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부진 탈출 돌파구 될까

▲ LG디스플레이가 애플 '비전 프로' 1세대의 외부 디스플레이를 담당한 데 이어 2세대 비전 프로에서는 내부 디스플레이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애플의 XR(확장현실) 기기 ‘비전 프로’를 착용한 모습. <애플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XR(확장현실) 기기 ‘비전 프로’를 공개하면서 디스플레이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비전 프로에 외부 올레드(OLED)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향후 내부 디스플레이 공급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5일 발표한 비전 프로가 3499달러(약 450만 원)라는 높은 가격이 책정된 주원인은 디스플레이 원가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가 파악한 비전 프로 제조원가는 1519달러 수준”이라며 “비전 프로 제조원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은 디스플레이(내부 마이크로 올레드 + 외부 올레드)로 전체 원가의 약 48.1%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 추정이 맞다면 비전 프로의 디스플레이 원가는 아이폰14프로맥스의 디스플레이 원가보다 676.5%나 높다. 애플 비전프로가 향후 시장에 자리 잡는다면 디스플레이업계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비전 프로에 외부 올레드를 담당한다.

하지만 비전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내부 마이크로 올레드(올레도스) 디스플레이다. 기기 내부에는 180도 고해상도 영상을 지원하는 4K 디스플레이(2개)가 탑재되는데 양쪽을 합쳐 2300만 개의 픽셀로 구성돼 있다. 아이폰에서 픽셀 1개가 들어갈 공간에 픽셀이 64개 들어가는 셈이다.

내부 디스플레이 가격은 패널 1장당 약 350달러로 모두 700달러에 이른다. 사실상 비전 프로에 내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기업이 최대 수혜를 입게 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현재 비전 프로에 탑재된 마이크로 올레드는 TSMC과 소니가 협력해서 생산한 제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에도 기회는 열려있다.

또 애플이 XR기기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춰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 디스플레이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 입장에서는 XR 일반 모델이 출시되기 전에 ‘RGB(적, 녹, 청)’ 마이크로 올레드로의 추가 기술 개발과 양산 능력 확보를 위해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 비전프로 원가 50%는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부진 탈출 돌파구 될까

▲ 마이크로 LED 이미지. < Adafruit Industries >

LG디스플레이는 2020년부터 마이크로 올레드를 시험 생산하며 XR 시장 확대를 준비해왔다.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최대 밝기 7천 니트 이상, 해상도 3500ppi 이상 스펙 수준의 마이크로 올레드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또 마이크로 올레드 양산을 위해 SK하이닉스 및 LX세미콘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올레드는 화소가 워낙 작기 때문에 일반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유리기판 대신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소재로 활용하는데 이 때문에 반도체기업과 협업이 필요하다.

게다가 애플의 전략에 따라서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 2세대 XR 기기에서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로 올라설 수도 있다.

애플은 최근 자사 제품에 올레드 대신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르면 2세대 XR 기기에서 마이크로 LED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LED는 초소형 LED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화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기존 올레드보다는 해상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고 마이크로 올레드와 비교하면 해상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효율이 우수하다. 일각에서는 XR기기 대중화에 가장 적합한 디스플레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애플워치용 마이크로 LED 백플레인(디스플레이 구동을 위한 소자가 포함된 뒷면) 라인을 소규모로 구축하는 등 애플과 긴밀히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르면 2024년 출시하는 차세대 애플워치 울트라부터 마이크로 LED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서 LG디스플레이가 원활한 양산, 공급에 성공한다면 2025년 출시되는 2세대 XR에도 마이크로 LED를 우선 공급할 가능성이 커진다.

애플의 마이크로 LED 채용 확대가 LG디스플레이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것이다.

특허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은 “애플은 1세대 XR기기는 소니의 마이크로 올레드를 사용하고 2세대 장치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