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장기운송계약 운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락세였던 해운운임지수의 반등이 올해 장기운송계약 화주와 운임 협상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 장기운송계약 협상 결과 주목, 김경배 운임지수 반등에 한숨 돌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장기운송계약 운임 협상을 어떻게 마칠지 관심이 모인다. 해운업계는 통상 3~5월 사이에 장기운송계약 화주들과 운임 협상을 진행하는데 하락세였던 해운운임지수가 반등하면서 협상에서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18일 HMM은 장기운송계약 화주들과 운임협상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개별 화주의 숫자가 워낙 많고 이에 따라 다양한 협상이 진행되다보니 운임협상의 세부사항을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1달 동안 해운운임은 반등하는 모양새다. 통상 운임협상에서는 스팟 운임(시황에 따라 항해마다 결정되는 현물 운임)이 해운기업과 화주들 사이의 협상력을 좌우한다. 

해운업계의 대표적 운임지수인 상하이해운운임지수(SCFI)는 4월 둘째 주 1033.65포인트로 3월의 둘째 주 906.55보다 약 14.0% 상승했다. 상하이해운운임지수는 수출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의 스팟 운임을 반영한 지수이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 협상이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해 1월 도달한 고점과 비교해 현재 약 20% 수준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김 사장으로서는 이번 장기운송계약 운임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김 사장은 2022년 3월 HMM 대표이사로 선임돼 해운운임의 역사적 고점시기를 보냈다. 

해운기업의 실적은 통상 3~5월에 실시하는 장기 운송계약 화주들과 운임협상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시기 결정된 운임을 1년간 정률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컨테이너선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3.12%에 이르는 HMM으로서는 운임협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HMM은 컨테이너선 사업에서만 매출 17조3050억 원, 영업이익 9조816억 원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HMM은 이를 두고 “장기 화물계약 운임 상승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일단 김 사장은 올해 장기계약 화주의 비중 및 저변을 늘리고 화주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이다. HMM은 올해 2월 실적발표회에서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미주 노선은 50%까지 유럽노선은 20%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기운송계약 운임협상을 마무리지어도 김 사장이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해운운임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 시황은 올해 상반기까지 수요 부진이 이어진 후 하반기에 계절적 회복이 소폭 예상된다”며 “올해 신조인도가 이어지며 수급불균형은 심화될 것이지만 낙폭은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2024년에 저점을 기록한 후 반등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해운기업들은 2021년부터 시작된 해운업 호황기에 컨테이너선 발주를 멈추지 않았다. 2022년 말 기준 전세계 컨테이너선의 발주잔고는 752만TEU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당시 전 세계 선복량의 약 29.2%에 이르는 규모다.

다가올 해운업황 하강 국면은 HMM이 추진했던 사업구조 개선의 효과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는 1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HMM은 2016년 워크아웃 이후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사업구조를 개선했다”며 “원가효율성이 높은 초대형선박을 대거 발주해 선대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했고 과거 HMM의 주요 손실 원인이었던 고비용의 장기용선 비중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HMM 실적은 현재 추진 중인 경영권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운업 하강국면에서도 HMM이 과거와 다르게 이익을 낸다면 그동안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잠재적 인수후보들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HMM은 2011년대부터 시작된 운임경쟁으로 2019년까지 9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적이 있다.

HMM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지분율 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지분 19.96%)은 HMM 경영권 매각절차 진행을 위한 자문사 선정을 이달 초 마치고 매각 절차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예상 매각가격은 최소 4조 원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