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영업이익이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구원투수로 영입된 조석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 전략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조석 사장은 수주잔고까지 넉넉히 쌓아 향후 실적 전망도 밝힌 만큼 현대일렉트릭 구원투수를 넘어 ‘믿을맨’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일렉트릭 올해 영업이익 10배 뛴다, 조석 구원투수 넘어 '믿을맨'으로

조석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실적 성장세로 구원투수를 넘어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4일 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 신규수주 16억49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최근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천만 달러어치 일감을 더 확보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17억3천만 달러가량의 수주성과를 올렸다.

3분기가 다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 연간 신규수주액인 18억56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올해 초 세운 연간 수주목표 18억2600만 달러의 95%를 채운 것이기도 하다.

현대일렉트릭 연간 신규수주를 보면 2019년 18억 달러에서 2020년 15억1500만 달러로 쪼그라든 뒤 2021년 18억5600만 달러로 반등했다.

조 사장이 강도 높은 선별수주 전략을 펼쳤는데도 현대일렉트릭 수주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세계적으로 전력기기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을 향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노후 전력설비와 송전망 교체 등 전력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업 호황에 힘입은 선박용 전력기기 수주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분야별 수주에서도 모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수주 가운데 중동 시장, 선박용 제품, 해외 법인(미국·중국) 등은 따로 떼어 발표해오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 중동 시장에서 3억200만 달러, 선박용 제품에서 2억4천만 달러를 새로 수주했다. 중동 시장과 선박용 제품 모두 지난해 연간 수주실적을 이미 뛰어넘었고 미국 법인에서도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650조 원 규모의 저탄소 스마트시티 건설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중동 지역 수주도 호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나온다.

현대일렉트릭은 “사우디 시장의 전력기기 발주 증가는 지속될 것”이라며 “기존 제품 외에도 신재생 발전 확대에 따른 계통안정화용 변압기, 리액터 등 신재생용 특수 장비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 증가를 통해 미래 실적으로 연결되는 수주잔고도 가파르게 늘려가고 있다.

현대일렉트릭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25억1500만 달러다. 2020년 말 13억9200만 달러와 비교하면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풍부한 일감 확보를 통해 조석 사장은 현대일렉트릭의 미래 성장성도 확실히 다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감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가 1년가량인 점을 고려할 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외형성장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현대일렉트릭은 큰 폭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일렉트릭이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116억 원을 거둘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97억 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뛰는 것이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대일렉트릭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적자로 인한 투자계획 축소 가능성 등의 부정적 실적 변동요인이 남아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미국 및 중동 지역의 인프라 투자 확대, 조선사의 발주확대 등으로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2019년 12월 대표이사 선임 뒤 저가수주 물량을 취소하는 등 과감히 체질개선에 나선 조 사장의 공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에는 꾸준히 수익성을 각별히 신경 쓴 선별수주를 해오고 있다.

조 사장은 흑자기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현대일렉트릭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조 사장이 선임된 뒤 2020년 1분기부터 곧바로 영업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고 모든 분기에서 흑자를 거뒀다. 지난해 4분기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데 따른 일회성 비용이 적자의 원인이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1006억 원, 1567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었다.

2020년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2년 동안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조 사장은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조 사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조 사장은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첫 그룹 외부출신 사장으로 영입됐다. 조 사장은 30여 년 동안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지식경제부를 거친 관료 출신으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원자력산업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차단기 등 주력 제품군을 향한 발주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수익성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적극적 영업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