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이 국민의힘 대표 예비경선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데다 당대표 경선의 신구대결이 1대4 구도가 되면서 중진들 사이에서 단일화 움직임이 벌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이준석 돌풍 확인, 주호영 나경원 단일화 딜레마

▲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왼쪽부터),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대표 예비경선 결과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조경태·주호영·홍문표 의원(이름 순서)이 본경선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로 본경선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일반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섰고 당원투표에서는 나 전 의원에 근소한 차이로 밀려 2위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선전하며 소장파 가운데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예비경선 결과를 놓고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쏠렸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과 함께 소장파로서 대표 경선에 나섰던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을 지지하는 표심이 소장파 선두권인 이 전 최고위원에게 상당 부분 이전되며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를 거치며 소장파의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한 표심 집중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4명의 중진 후보들은 비슷한 지지층 표심을 나눠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도 예비경선 투표결과를 보고 깜짝 놀란 사람이 많다”며 “본선은 당원투표 비중이 높아지지만 이 추세가 이어지면 본선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이 이길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의 1대4 신구 대결구도가 유지된다면 중진들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중진들 사이 단일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의 단일화가 본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날 나온 예비경선 투표 결과를 보면 산술적으로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의 득표율을 합산했을 때 이 전 최고위원의 득표율을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이 단일화를 한다면 예비경선(일반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과 비교해 당원투표 비중이 늘어나는 본경선(일반여론조사 30%, 당원투표 70%)에서 단일후보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승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단일화의 명분이 마땅치 않다. 단순히 승리하기 위한 단일화로 비춰지면 정치공학적 야합이란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

더구나 36세 젊은이를 이기기 위해 관록있는 중진들이 단일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도 썩 좋지는 않다.

자칫 명분 없는 단일화를 감행했다가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단일화의 효과마저 반감돼 최종적으로 패배하기라도 하면 중진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각 중진후보들이 단일화를 위해 다른 후보에게 선뜻 양보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예컨대 나 전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전력이 있는데 이번에도 미끄러지면 정치적 재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주 의원은 나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기 전에 한때 당대표 대세론을 구가했던 만큼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홍문표 의원은 1947년 출생으로 74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대표 경선이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다.

다만 중진들에게 녹록치 않은 승부가 된 만큼 단일화 논의는 물밑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설령 공식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반이준석 표심이 당선 가능성 높은 중진후보에게 쏠릴 가능성도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