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차 내각에서 경제·금융·산업·노동 등 경제정책 관련 부처의 수장이 모두 관료로 채워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정치인과 교수 등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돋보였다. 하지만 경제지표 부진으로 관료들의 현실감각이 필요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홍남기 최종구 성윤모 이재갑, 경제장관들이 관료 관록 보여줄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제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최종구 금융위원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모두 공직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홍 부총리는 행시 29회, 최 위원장은 행시 25회, 성 장관은 행시 32회, 이 장관은 행시 26회로 이들의 공직생활 기간을 합하면 130년이 넘는다.

이 가운데 2018년 임명된 성 장관과 이 장관은 각각 교수 출신 백운규 전 장관과 정치인 출신 김영주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장관에 올랐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2018년 6월 교수 출신인 홍장표 전 수석과 바통을 주고받았다. 경제라인이 어느덧 모두 관료 출신으로 물갈이가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개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총선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권에서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어 내각에서 관료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공직에 몸담아온 관료 출신 장관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담당하는 부처 장관은 경제정책 기조를 함께 생각하고 수정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의견을 펼쳐서 그 점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일자리 창출에서 관료 출신 장관들은 지혜를 짜낼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9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일자리 분야에 전력투구하겠다”며 “올해 일자리 15만 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이 장관은 8일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좋은 일자리가 함께 잘 사는 나라의 핵심”이라며 “일자리 창출 정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원인 중 하나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관료조직을 꼽는 시각도 있다. 경제 장관들이 관료 출신의 한계를 깨고 더욱 혁신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018년 12월26일 송년 인터뷰에서 “정부가 규제 혁파에 앞장서야 하는데 말은 하지만 잘 하지 않는다”며 “공무원이 규제 혁파를 하면 혼란이 일어날 것 같다고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 전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아 달라”고 혁신 노력을 당부했다.

최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등으로 흔들리는 관료조직을 다잡는 것도 과제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8일 논평을 내고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개인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이번 논란을 통해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11일 기재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정책 결정의 궁극적 책임은 제가 지겠다”며 “소통의 위축이 없이 오히려 소통 강화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9일에는 신 전 사무관의 고발 취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