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삐에로쇼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재계 수장이 극단적으로 느껴질 법한 단어들까지 써가며 자신감을 보인 것은 드물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삐에로쑈핑에 들인 공과 애정이 얼마나 큰 지 느껴진다. 
 
[오늘Who] 정용진, 야심작 ‘삐에로쑈핑’ 외국인 상대로 시험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쑈핑이 2호점을 문을 열며 외국인 관광객 잡기에 나섰다.  

삐에로쑈핑은 개점 이후 화제몰이에는 일단 성공했으나 표절 논란과 수익성을 우려하는 시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일 이마트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올해 안에 삐에로쑈핑을 3곳 출점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6일 동대문 두타몰에 2호점을 연다.

이마트는 삐에로쑈핑 2호점을 ‘한국에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타몰에는 연간 84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할 정도로 쇼핑 공간과 문화 공간, 각종 음식점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안내문구도 한글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까지 표기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의 삐에로쑈핑이 신세계그룹의 '안마당'으로 불리는 강남 코엑스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 문을 여는 것인데 외국인에게도 경쟁력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삐에로쇼핑은 1호점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하는 스타필드코엑스에 6월28일 문을 연 뒤 일본의 ‘돈키호테’와 지나치게 똑같다는 말을 들었다.

정 부회장이 “모든 분야에서 세상이 없던 것들을 만들겠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수준을 넘어 “돈키호테를 그대로 들여왔다”는 것이다.

한국 누리꾼 사이에서도 “돈키호테를 방문하기 위해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삐에로쑈핑 1호점은 개점 이후 약 두 달 동안 누적 방문객 수가 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기존 매장과 차별화뿐 아니라 돈키호테 표절 논란이란 노이즈 마케팅도 적잖게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에게 삐에로쑈핑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관광객 수는 216만 명, 일본 관광객 수는 131만 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니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와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이들에게 큰 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오늘Who] 정용진, 야심작 ‘삐에로쑈핑’ 외국인 상대로 시험하다

▲ 삐에로쑈핑 2호점이 6일 동대문 두타몰에 문을 연다.


이마트는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으로 ‘재미있는 상품’을 강조하며 이런 전략이 외국인 고객에게도 유효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마트 관계자는 “돈키호테는 대형마트와 상품 중복률이 60~70%에 이르지만 삐에로쑈핑은 30%에 못 미친다”며 “돈키호테는 일본이 불황을 겪을 때 상품을 싸게 판다는 점을 앞세워 성장했지만 삐에로쑈핑은 재밌는 상품,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는 상품으로 오프라인으로 끌어왔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중소기업의 흥미로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일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돌 굿즈(상품)와 한국 화장품을 중심으로 중심으로 매대를 2동 운영하고 중국 관광객을 위해 한국산 분유 등과 캐릭터상품, 전통수저, 중국어 전용 전기밥솥 등을 팔기로 했다.

이런 상품 차별화 전략이 먹힌다면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와 다른 독자적 정체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삐에로쑈핑은 강남구 논현동에 3호점의 문을 연다. 올해 안에 4호점이 출점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강남구 논현에 3호점을 연다”며 “올해 말 정도에 이마트 의왕점이 문을 여는데 여기에 삐에로쑈핑 입점할지 검토하고 있고 신촌에 출점하는 것도 검토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