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 금지로 온실가스 해결 안 돼", 기후책임에 기업과 정부 나서라는 목소리 커져

▲ 2024년 12월 국제사법재판소(ICJ) 공청회 당시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 본청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세계 각국 정부에 기후대응 책임을 물릴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책임을 개인에 묻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온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기후변화는 개인보다는 기업의 책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들이 기후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실질적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국일보에 따르면 마쉐징 중국 베이징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 매체 사설을 통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개념을 악용해 기후책임이 시민들에 전가되고 있다고 분석을 내놨다.

1인당 배출량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민 수에 맞춰 나눠 파악하는 지표다. 특정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는 이유로 '기후악당' 국가라고 낙인 찍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반대로 한국은 모든 국가들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14위지만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G20 6위로 중국보다 훨씬 높다.

마 교수는 "만약 일반인이 남은 생애 동안 앞으로 배출한 모든 온실가스를 100% 감축한다 해도 이는 전 세계 에너지 부문에서 단 1초 동안 발생하는 배출량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같은 수치는 개인들이 기후대응에 냉소적인 감정, 심지어 안일함까지도 품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기후대응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마 교수는 정치인들이 1인당 배출량 같은 지표를 이용해 개인들을 압박하기보다는 온실가스 책임이 훨씬 큰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실질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같은 상징적 조치가 아니라 석탄과 석유처럼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을 해결하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친환경 기술 지원과 혁신을 향한 대규모 투자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권 전문가 사이에서도 마 교수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이들이 많다.

노아 스미스 전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1인당 배출량이라는 표현은 심층적 탈탄소화가 아닌 부분적인 탈탄소화에만 초점을 맞추게 한다"고 분석했다.

케네스 그린 미국 프레이저연구소 선임 팰로우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1인당 배출량 지표는 종종 부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며 "개인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로 온실가스 해결 안 돼", 기후책임에 기업과 정부 나서라는 목소리 커져

▲ 미국 캔자스주 애멋에 위치한 제프리에너지센터 석탄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2024년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은 석유 기업 32곳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 가운데 가장 배출 규모가 큰 엑손모빌이 약 6억1천만 톤을 배출했는데 이는 같은 해 6억9천만 톤을 배출한 한국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기업 단 한 곳이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이 국가 하나와 비슷한 것이다.

제포라 버먼 화석연료비확산조약 이니셔티브 연구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 분석은 냉혹한 현실을 재확인시켜줬다"며 "강력하고 집중된 화석연료 기업 집단이 세계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이대로 계속 책임을 방기한다면 시민들이 나서서 법적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봤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해 7월 국제법상 세계 각국은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기후대응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조약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각국이 자국 기업들이 이에 따르는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샘 북먼 미국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연구원은 "국제사법재판소는 기후피해가 여러 국가의 누적된 행위로 발생했더라도 특정 국가가 스스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식별 가능하다고 봤다"며 "이는 향후 여러 국가 내에서 기후소송이 발생했을 때 원고들에게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