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령에 돈 많은 '왕서방' 롯데관광개발 몰려, 김기병 파산 위기에서 흑자전환

▲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사진)의 숙원사업인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중국의 한일령 움직임으로 돛을 달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이른바 ‘한일령(반일령)’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이 반사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중화권 고객을 겨냥한 김기병 회장의 사업 방향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읽힌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의 갈등 지속에 따라 국내 카지노와 면세점 등 관련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서도 제주드림타워 카지노는 중국과 중화권 매스(대중) 고객 비중이 높은 구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은 중화권 매스 고객이 타깃인 반면 파라다이스는 일본인 VIP가 주 고객”이라며 “같은 외국인 대상 카지노라도 고객 포트폴리오가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시장은 과거 중국과 일본 사이 긴장이 고조될 때도 반사이익을 얻은 사례가 있다.

2012년 일본 정부가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한다고 발표해 일본과 중국 사이 영유권 분쟁이 촉발됐다. 이에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와 일본여행 보이콧이 벌어졌고 단체관광이 사실상 제한됐다. 이때 일본행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고 그 효과로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했다.
 
한일령에 돈 많은 '왕서방' 롯데관광개발 몰려, 김기병 파산 위기에서 흑자전환

▲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분기 순손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일령(반일령) 이벤트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중화권에서 매스 대상 인지도는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VIP들의 업장 방문 부담도 갈수록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일령 움직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2016년 말 사드 갈등으로 촉발된 한한령의 경우 10년 가까이 유지됐다. 한일령이 장기적으로 접어든다면 국내 카지노 업계 입장에서는 미래 수요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또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오사카에 일본 첫 복합리조트(IR)인 MGM리조트가 착공될 당시 시장에서는 국내 외국인 카지노 수요를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은 그동안 카지노 운영이 전면 금지되어 있었으나 2018년 ‘IR추진법’을 제정하며 합법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첫 합법 카지노인 MGM리조트 설립이 추진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 약 2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한일령 움직임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의 오사카 방문 또한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한일령 가동 조짐은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적 행보 강화로 중국 내 반일 여론이 급격히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다이남코 페스티벌 2025’에서는 일본 가수가 공연 도중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2월 일본행 항공편 5548편 가운데 16%인 904편에 대해서는 운항 중단 결정도 내려졌다.

김기병 회장은 일찍이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제주드림타워 개발에 ‘올인’했다. 제주드림타워는 카지노를 필두로 호텔과 레저 등을 한 데 묶은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롯데관광개발은 단일 사업에 1조7천억 원을 투자했다.

2020년 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난항을 겪던 사업은 한중 관계 개선 흐름에 따라 반등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카지노를 개장했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어 개점휴업 상태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관광개발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재무상태가 너무 엉망이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으로 매년 당기순손실이 2천억 원 넘게 발생했다.

코로나가 끝난 2023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했고, 2020년 167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1년 1천 억원을 넘겼고, 2023년에는 단숨에 3천억 원대 수준에 이르렀다. 2천 억원을 넘겼던 순손실액도 작년에 1천억 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올 3분기까지 롯데관광개발은 분기 최대 실적을 지속 경신하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99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늘어난 것이다. 2분기부터는 순손익도 흑자로 돌아서며 연간 순손익의 흑자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