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법원 화석연료 기업 대상 기후소송 기각, "월권행위 될 우려"

▲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순회법원. <볼티모어시 순회법원>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지방법원이 화석연료 기업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방 정부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순회 법원이 엑손모빌, 쉐브론, BP 등을 상대로 볼티모어시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시 당국은 이들 화석연료 기업들이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진실을 왜곡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온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데타 브라운 볼티모어시 순회법원 판사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의회는 전 지구적 환경오염에 관한 법적다툼을 개별 지방 정부에 다룰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시 당국이 제기한 메릴랜드주 전체에 관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메릴랜드 주법상 월권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메릴랜드시는 과거 같은 문제를 미국 연방대법원 등 상위법원들에도 제소한 바 있으나 이들 법원들은 모두 소송을 기각하고 개별 주 법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브라운 판사는 이에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연방법에 의거했을 때 뿐”이라며 “볼티모어시가 주법에 의거해 화석연료 기업들의 마케팅에 관한 문제를 우리 법원에 가져온 것은 잘못된 경로를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볼티모어 시 당국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은 개별 주 법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와이주, 콜로라도주, 메사추세츠주 등은 비슷한 사건들과 관련된 소송이 법원에서 수용돼 진행됐으나 뉴욕주에서는 메릴랜드주처럼 기각되기도 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