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카지노 공기업들이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는 업장 고객들의 편의성 개선에 그치고 있지만 온라인 카지노 규제가 풀리면 디지털화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원랜드와 GKL 디지털 전환 속도, 온라인 도박 규제 안 풀리면 '말짱 도루묵'

▲ 강원랜드가 디지털 전환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6일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이 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카지노 서비스 및 업무 프로세스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디지털 전환을 중요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강원랜드는 올해 5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카지노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카지노에 입장하려는 고객은 표를 구매하기 위해 발권 창구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 카지노가 기존에 운영하던 사전 자동응답서비스(ARS) 입장 예약 서비스와 연계하면 입장권 구매와 카지노 입장이 더욱 신속히 진행된다.

이에 더해 9월에 예정된 안면인식 등 생체정보 입장 시스템의 도입이 완료되면 강원랜드의 스마트 입장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8월엔 전기넷에 강원랜드 디지털 전환(DX)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이어 올해 2월 열린 이사회에선 전략본부 산하에 있었던 디지털혁신실을 경영지원본부로 옮기고 전략본부는 폐지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경영지원본부장이 강원랜드를 구성하는 4개 본부의 수장 가운데 유일한 상임이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전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는 스마트 입장 시스템 같이 고객들의 대기 시간, 입장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한다”라며 “해외의 획기적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면서도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방식으로 앞으로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카지노 디지털 전환을 위한 2022년 G2E 참석 국외 출장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카지노가 불법”이라면서도 “앞으로 객실 내부 전자테이블 운영이나 마사회의 장외발권소 같은 개념의 원격 게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라며 원격으로 진행되는 게임 방식을 검토한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강원랜드는 2013년부터 업장에 전자테이블을 도입해 현재까지 7대를 운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바카라 3대, 블랙잭 1대, 룰렛 2대, 다이사이 1대 등 4종의 전자테이블로 272명이 앉아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운영을 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객실 내부에 전자테이블을 설치해 원격으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갖추지 않았다.

현장 방문 고객들은 전자테이블을 이용하지만 일반 테이블을 좀 더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업장내 저자테이블을 운영하는 것은 추후 원격 게임 서비스 역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떠오른다. 
 
강원랜드와 GKL 디지털 전환 속도, 온라인 도박 규제 안 풀리면 '말짱 도루묵'

김영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5월31일 서울 강남구 GKL 본사에서 열린 신사업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


GKL도 디지털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김영산 GKL 사장은 2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중점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로 스마트카지노 전환을 제시하기도 했다. 

GKL은 5월31일 서울 강남구 GKL 본사에서 신사업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를 출범하며 중장기 전략 미래 과제 후보군으로 관광산업 인재 양성, 카지노 역량 기반 해외 진출과 함께 카지노 사업의 디지털화를 꼽았다.

인재 양성이 꾸준히 진행하던 부분이고 해외 진출은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은 디지털화로 여겨진다.

GKL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신원인증(DID)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 ‘세븐럭플러스(SevenLuck+)’를 상용화했다. 이를 통해 탈현금(캐시리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출입 절차도 편리하게 개선해 카지노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GKL의 디지털 전환 역시 기존에 업장을 찾던 고객들의 편의성 개선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다만 강원랜드와 마찬가지로 GKL도 디지털화에 따른 사업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코리아레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규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여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화가 꼭 카지노 게임에만 적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규제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게임이 아닌 사업 분야로 규제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불법 온라인 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만큼 제도화된 온라인 도박으로 시장 건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온라인 기반 게임 참여가 경륜·경정 등엔 이미 적용됐고 경마에도 6월부터 적용된 만큼 카지노도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도박 운영 자체를 합법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에 더해 온라인 도박을 향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합법화 논의 자체도 금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마사회의 온라인마권 발매도 2009년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의해 금지된 이래 이번에 부활하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인식이 바뀌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2021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 개정을 앞두고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 소셜카지노의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잠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현재는 논의가 다시 식어버렸다.

해외에서는 온라인 카지노의 합법화를 통해 음지에서 돌아가는 자금을 양지로 끌어올리려고 시도하는 등 카지노 게임의 디지털 전환 합법화가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됐다.

영국은 2005년 사행산업 관련 법률인 갬블링법(Gambling Act)을 제정하고 온라인 카지노를 허용했다. 

영국 도박위원회(Gambling Commission)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격 카지노 사업의 총 게임 수익(Gross Gambling Yield·GGY)은 2008년 3308만 파운드에서 2020년 31억7504만 파운드로 늘었다.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8년 0.6%에서 2020년 31.0%로 상승했다. GGY는 매출액에서 고객에게 상금으로 지급된 금액을 뺀 것을 뜻한다.

독일은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2021년 7월 ‘새로운 도박에 관한 국가 조약(Glücksspielstaatsvertrag)’을 발효하고 허가를 받은 업체에 한정해 온라인 카지노를 허용하기로 했다. 법안이 도입된 뒤로 가상 슬롯머신 게임이나 온라인 포커 게임에 현금을 매달 1천 유로(약 149만 원)까지 배팅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은 허용하고 있으나 온라인 카지노는 아직 불법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다만 중도주의 정당 ‘민주운동’ 소속의 필리프 라통브 프랑스 국회의원이 지난해 온라인 카지노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는 등 온라인 카지노 허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