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와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면서 삼성E&A가 말레이시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E&A는 말레이시아에 뉴에너지 허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 에너지전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해외 시장에서 한층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말련 사라왁주 에너지 협력 강화, 삼성E&A 뉴에너지 허브 사업 탄력 받아

▲ 말레이시아 사라왁 H2비스커스 청정수소 프로젝트 조감도. < 삼성E&A >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은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아방 조하리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지사와 만났다.

이 실장은 조하리 주지사와 사라왁 뉴에너지 허브 프로젝트 관련 지원을 요청하고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삼성E&A, 롯데케미칼 등 우리 기업들이 사라왁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사라왁주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며 “한-사라왁주 사이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이 지속 확대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한국의 이산화탄소를 말레이시아로 옮기는 내용의 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 관련 협력 방안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의 한·말레이시아 이산화탄소 이송·저장 협약 추진도 논의했다.

정부가 직접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와 대화에 나서면서 삼성E&A가 말레이시아에서 추진하는 뉴에너지 허브 프로젝트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삼성E&A는 올해 사명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삼성E&A로 변경하고 에너지 전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E&A는 새로운 사명과 함께 혁신을 더욱 단단히 하고, 에너지 전환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삼성E&A의 에너지 전환 사업에서 중요한 거점지역으로 꼽힌다. 삼성E&A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청정수소 프로젝트, 셰퍼드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 등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E&A는 현재 말레이시아 사라왁에서 진행되는 ‘H2비스커스 청정수소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를 맡고 있다.

H2비스커스 청정수소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의 수력 자원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기반 청정수소를 생산한 뒤 이를 대한민국에 들여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15만 톤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공장과 수출을 위한 85만 톤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 변환 공장을 짓는다.

삼성E&A는 2024년 안으로 기본설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4년 말 또는 2025년엔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직접 나서 현지 정부에 협조를 당부한 만큼 순조롭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2비스커스 EPC 수주 계약 규모는 약 15억~2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21일 H2비스커스 프로젝트를 놓고 투자, 건설, 생산, 운송까지 가치 사슬 전반을 계획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며 정상적으로 수행되면 삼성E&A가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수주 가능한 국내 설계·조달·시공(EPC)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E&A가 현재 그린수소 생산 관련해 기대할 만하다”라며 “국내 다른 EPC 회사들이 가시화된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프로젝트는 내년 EPC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친환경 전력을 수력발전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풍력, 태양광보다 저렴하다”라며 “수송 거리도 호주, 중동과 비교해 가까워 수송비용도 덜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말련 사라왁주 에너지 협력 강화, 삼성E&A 뉴에너지 허브 사업 탄력 받아

▲ 셰퍼드 CCS 프로젝트 모식도. < SK어스온 >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탈탄소화를 가속하기 위해 국내에서 발생한 탄소를 포집해 국내 허브에 집결시킨 뒤 말레이시아로 옮겨 저장하는 사업이다. 탄소를 넘겨받은 말레이시아는 이를 폐가스전이나 지표면 아래 대염수층에 저장한다.

롯데케미칼, GS에너지, 삼성중공업, SK어스온 등 많은 회사가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서 삼성E&A는 사업개발 및 허브 구축을 맡았다.

2022년 아시아 최초 CCS 프로젝트로 7개사가 업무협약을 맺었고 2023년 한국석유공사와 한화 등이 추가로 참여하며 프로젝트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이들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뛰어난 탄소 포집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를 저장할만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CCS 유망 저장소 공간은 7억3천만 톤 정도로 평가된다.

반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23년 4월 발표한 'CCUS 산업·기술혁신 추진(안)'에 따르면 말레시아의 이산화탄소 저장가능 용량은 133억 톤에 이른다. 

현재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허브 부지와 말레이시아 탄소 저장소가 각각 1곳 이상 잠정 확정된 가운데 참여사들은 국내 허브 부지와 말레이시아 탄소저장소를 추가로 확보하고 사업 계획의 보완·강화를 통해 프로젝트 개발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가 대한민국만 이득을 보고 말레이시아에 탄소 처리를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구조는 아니다. 

아직도 에너지 생산의 90%를 탄소에 의존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다른 나라와 CCS를 통해 확보한 탄소를 재활용하는 탄소 포집·재활용(CCU)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넷제로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3월13일 발표한 ‘말레이시아 안와르 정부의 경제 구조개혁 추진 동향과 시사점’ 기초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3년 국가에너지전환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과제로 △에너지 효율 △신재생에너지 △수소 △바이오에너지 △그린모빌리티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을 제시했다.

CCUS를 놓고는 현재는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저장에만 초점이 맞춰있으나 앞으로는 CCUS 클러스터 조성, 업계의 탄소 이용 촉진, 국가 사이 탄소 거래 협상 체결 등을 통해 관련 산업을 키워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