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현대차 GM 테슬라, 500조 자율주행차 전초전 로보택시 사업 '악전고투'

▲ 구글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웨이모'. <웨이모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무인 로보택시 사업에 뛰어든 국내외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로보택시 분야 선두 업체들조차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완전 자율주행 상업화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의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자동차 업계 취재 종합하면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가 무인 로보택시 자율주행 사업에서 점진적 성과를 내고 있다.

웨이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리스 등) 3개 주요도시에서 매주 5만 회 이상의 무인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모는 지난 3월 직원들에게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텍사스주 오스틴을 포함한 4개 도시에서 지금까지 100만 회 이상의 무인 주행을 달성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웨이모의 무인 로보택시가 매주 5만 번을 운전하는 반면 인간 운전자들은 약 1만 번 운행할 때마다 경찰이 처리해야하는 충돌사고를 겪는다"며 "현재 웨이모의 기록은 평균적 인간 운전자보다 상당히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웨이모 이런 성과가 자사의 "안전하고 신중한 방식"에 기반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경쟁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산하 크루즈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GM 크루즈는 미국 현지시각 13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로보택시 운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과 달리 사람 운전자가 탑승하고 비상시 운전대를 넘겨받는다. 

크루즈는 작년 10월 샌프란시스코 시내 교차로에서 보행자에 중상을 입히는 사고를 내면서 교통당국으로부터 운행 중단 명령을 받았다.

2016년 크루즈를 인수하며 구글보다 7년 가량 늦게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든 GM은 2022년 6월 구글을 제치고 최초로 무인 로보택시 유료 운행을 시작하는데 성공했다. 작년 8월까지 오스틴, 휴스턴, 달라스, 마이애미에서 로보택시 시험주행을 진행하며 운영 범위를 빠르게 확장했다.

하지만 크루즈가 웨이모와 달리 혼잡한 도심에서부터 시험주행을 시작하는 등 속도전에 치중하면서 소방차 방해 등 잇따른 사고를 내다 운행 중단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7개월 만에 안전 운전자가 탑승한 로보택시 사업을 재개하는 크루즈는 앞으로 스코츠데일, 템페, 메사, 길버트, 챈들러, 파라다이스 밸리 등 애리조나주에서 시험운행 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웨이모와 크루즈 등 자율주행 선도업체들은 상용 운행에서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앞선 성과를 내고 있는 웨이모 역시 교통 방해와 접촉사고 등 잇따른 사고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 2월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로보택시에 반감을 가진 대중들이 웨이모 무인 차량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크루즈는 운행중단 여파로 인력의 약 4분의1이 해고됐고,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이 교체됐다.  

또 GM은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지출을 기존에 계획했던 20억 달러(약 2조7400억 원)에서 절반인 10억 달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차 시대 모빌리티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시장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돼 로보택시 분야 진출 업체들은 관련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까지 최대 4천억 달러(약 55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최근 올해 안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생산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미국 상업 서비스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2026년으로 연기했다. 

모셔널은 최근 자율주행 제품 상용화 계획을 연기하고 직원 일부를 내보냈다고 발표했다.

다만 상업화 투입 등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칼 이아그넴마 모셔널 CEO는 "자율주행차는 기술이 발전했을 때, 그리고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비즈니스 사례가 명확할 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모와 크루즈가 상업 운행에서 나타낸 어려움들이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모셔널이 상업화 연기 결정을 발표하기 나흘 전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에 모두 1조3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는 6630억 규모의 모셔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파트너사 앱티브가 보유한 지분 11%(6250억 원)를 매입한다. 

이아그넴마 CEO는 상업화 일정을 연기하면서도 "현대차그룹이 최근 모셔널에 투자한 것은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지와 믿음의 표시"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오는 8월8일 로보택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해 로보택시 서비스를 툰영하는 중국 바이두와 지도 제작 및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제휴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정확도는 주행 데이터 분량이 늘수록 정교해지는데,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으로 자체 운영체제를 통해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어 중국 내 수백만 건의 주행데이터를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면 한발 늦은 로보택시 사업에서 빠른 성과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슬라가 실제 예고한 시점에 로보택시 사업에 안정적으로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테슬라는 개선을 거친 최신 FSD v12에서도 (사람의)안전 개입 없이는 10~20회를 연속으로 운행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이는 웨이모가 5만회 이상 연속 주행한 것과 비교해 테슬라가 갈 길이 아주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