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S일렉트릭이 주력사업 분야인 전력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이익 체력'이 매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은 미래 성장사업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아왔다. 다행히 최근 수주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 '변압기' 팔아 신재생에너지에 투자, 구자균 그 길이 험해도 간다

▲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았는데 최근에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29일 LS일렉트릭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LS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들어 ESS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업무협약과 계약을 꾸준하게 따내며 일감을 쌓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5월10일 태국 SCG의 본사, 공장, 관계사에 전력효율화 설비를 구축하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CG는 태국 2위 규모 그룹으로 건설, 화학, 패키징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한다.

앞서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4일 영국 보틀리 지역에 1200억 원 규모 PCS(전력변환장치)와 ESS설비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LS일렉트릭은 전기차 충전기, ESS, EMS(에너지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전력 솔루션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중심 전기화 시대 최대 수혜를 받고 있다”고 바라봤다.

구 회장은 오래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준비해 왔다. LS일렉트릭은 태양광 발전과 ESS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 회장은 2015년 태양광발전, ESS 등 신사업을 묶어 융합사업 부문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2018년 12월에는 미국의 산업용 ESS 기업인 파커 하니핀의 EGT 사업부를 인수하고, LS일렉트릭의 북미 법인 산하 자회사로 LS에너지솔루션스를 세우기도 했다.

구 회장이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 쏟는 이유는 미래 시장전망이 밝다고 바라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글로벌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특히 미국(2050년 탄소중립)과 중국(2060년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발간한 재생에너지 2022년 보고서를 보면 2022~2027년 재생에너지 설비가 약 2400GW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01~2021년 20년 동안 증가한 총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와 맞먹는다.

다만 LS일렉트릭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는 아직도 영업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LS일렉트릭의 분기 실적자료 등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는 올해 1분기 130억 원의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는 2015년 설립된 뒤 매년 연단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4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한 투자설명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은 2022년에는 태양광 사업 부진과 ESS 신규사업 부재로 매출이 감소하였으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 적자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부가 올해에도 매분기 영업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신재생에너지 사업부가 2분기 97억 원, 3분기 63억원, 4분기 54억 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영업손실 누적에도 불구하고 LS일렉트릭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LS일렉트릭은 “신재생 사업부문은 LS일렉트릭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며 “신재생사업부문을 지속 확대해 LS일렉트릭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LS일렉트릭 '변압기' 팔아 신재생에너지에 투자, 구자균 그 길이 험해도 간다

▲ LS일렉트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 LS일렉트릭 >


하지만 기업의 투자 여력이 없다면 신사업 투자는 지속하기 어렵다. 미래 성장 사업 추진이 어려움을 겪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 

LS일렉트릭도 투자설명서에서 “신재생 사업부문 영위 시 신기술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LS일렉트릭의 신규 사업과 관련돼 소요되는 연구개발(R&D) 비용은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행히 LS일렉트릭은 주력 사업 쪽에서 이익체력이 좋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 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LS일렉트릭은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758억, 영업이익 819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102% 증가했다.

LS일렉트릭의 호실적은 주력사업으로 꼽히는 전력 부문이 이끌었다. 전력부문은 전력기기 사업부와 전력인프라 사업부를 말한다.

초고압변압기 등을 제조하는 전력기기 사업부는 미국, 중동, 유럽 등 해외 시장 매출 확대와 2022년 판매가 인상에 따라 2023년 1분기에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24% 증가했다.

전력인프라 사업부는 송·변전된 전기를 받아 각 공장과 가정으로 전기를 전달하는 설비를 제조한다. 2022년 1분기 영업손실을 냈던 전력인프라 사업부는 코로나 봉쇄 완화에 따라 지연됐던 해외 사업이 재개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내고 흑자로 돌아섰다.

주력 사업의 호실적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력부문 수주잔고가 6개 분기 연속 증가했고 향후에도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며 ”전력인프라는 수주잔고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2분기도 전년대비 성장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 회장은 이처럼 주력사업이 호실적을 내는 동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 3월28일 발행한 2022년 영업보고서에서 “신재생 발전 등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 온 솔루션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LS일렉트릭을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